'미나리',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 올라 차별 논란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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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감독이 미국자본으로 만든 아메리칸 드림 영화
외신들, 외국어영화상 후보 오르자 비판 잇따라
여우조연상 등에 이름 올리지 못한 것도 비판의 대상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AP연합뉴스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AP연합뉴스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하지만 미국인 감독이 미국 회사의 자금을 지원 받아 미국에서 촬영한 영화가 외국어영화상 후보가 된 것을 두고 인종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3일(현지시간) 제78회 골든글로브상 후보작을 발표하면서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지명했다. 이에 따라 ‘미나리’는 덴마크의 ‘어나더 라운드’, 프랑스-과테말라 합작의 ‘라 로로나’, 이탈리아의 ‘라이프 어헤드’, 미국-프랑스 합작의 ‘투 오브 어스’ 등 다른 후보자들과 수상을 놓고 다투게 됐다.

미나리는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 미 아칸소주로 이주해 농장을 일구며 정착하는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미국의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해 유명해진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과 한국의 대표 배우 윤여정, 한예리 등이 출연해 연기 앙상블을 선보였다.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되며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는 등 주목을 받았다. ‘미리 보는 아카데미상’으로 평가되는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2020 AFI 어워즈’에서 10대 영화에 올랐고, 112년 역사의 전미비평가위원회에서 여우조연상과 각본상을 받는 등 수십 개의 상을 휩쓸었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BIFF 제공 영화 ‘미나리’ 스틸컷. BIFF 제공

하지만 이날 후보 지명 결과를 놓고 뉴욕타임스(NYT)는 “리 아이작 정은 미국인 감독이고, 이 영화는 미국에서 촬영됐으며, 미국 회사가 자금을 지원했고,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는 이민자 가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외국어영화 후보로 경쟁해야만 한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매체 인사이더도 “골든글러브가 후보작 명단에 영화의 출신 국가를 써놓으면서 상황은 훨씬 더 희극적이 됐다”며 “미나리 밑에는 ‘미국’이라고 나온다”고 비꼬았다.

HFPA가 미나리를 외국어영화로 분류한 이유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미나리는 영화 대사 대부분이 한국어로 돼 있어서 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

NYT는 이와 함께 “미나리가 최고의 상(작품상)을 노려볼 수 없게 됐다”고도 지적했다. 외국어영화는 작품상(드라마 및 뮤지컬·코미디 부문) 후보작에 들지 못하도록 한 규정 탓에 미나리는 작품상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우조연상 등 후보 지명이 기대됐던 다른 부문에서는 후보작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도 비판의 대상에 올랐다. NYT는 “미나리 출연진은 배우 후보 지명도 받을 만했는데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예전문지 엔터테인먼트도 “더 큰 충격은 여우조연상 부문의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여겨졌던 윤여정이 조디 포스터의 깜짝 지명을 위해 빠졌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인종 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미국 영화사인 브래드 피트의 ‘플랜B’가 제작하고, 미국인 감독이 연출하면서 미국인 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외국어영화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유명 작가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베트남계 미국인 비엣 타인 응우옌은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언어가 ‘외국적’의 기준이 된다는 주장은 미국에서 백인에게 사실일 수 있지만, 아시아계는 영어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인으로 인식되는 듯하다”며 이 영화가 ‘미국적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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