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원 받고 자정까지 열기엔…” 외면 당하는 부산 공공심야약국
올해 시행되는 부산시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에 약국의 신청이 저조해 사업 진행에 난항이 예상된다. 약사들은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단가가 너무 낮아 참여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9일 부산시는 ‘공공심야약국 지정·운영 시범사업’에 지원한 약국 중 북부산(북·강서 북부·금정 북부)에서 신청서를 낸 곳은 ‘0곳’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참여 약국을 모집했고, 그 결과 동부(해운대·금정·수영·기장) 6곳, 서부(사하·사상·강서) 1곳, 중남부(연제·부산진·동·중·서·남·동래·영도) 3곳이 지원했다.
지원금 액수 인건비에 못 미쳐
북부산 지역 시범사업 참가 ‘0’
공공심야약국은 365일 오후 10~12시 심야시간에 운영하며 환자에게 의약품 판매, 복약 지도 등을 하는 시 주도 사업이다. 부산시는 공공심야약국으로 지정된 약국에 심야 운영시간당 지원금 3만 원을 지급한다. 시는 2020년 7월 관련 조례를 제정해 올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나서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은 2012년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시작돼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대구, 대전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시민의 의료접근성을 확대하려는 의지와는 다르게 참여율은 저조하다. 약국 총 10곳이 공공심야약국 사업에 신청했지만 6곳이 동부에서 나왔다. 북부에서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겠다고 나선 곳은 한 곳도 없다. 지역 약사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업인데 영세 약국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너무 크다며 운영을 기피하고 있다.
약사들이 공공심야약국 참여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심야시간 유동인구 부족’에 입을 모은다. 부산시약사회 박영길 북강서구분회장은 “번화가에 위치한 약국은 밤늦게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니 운영 신청을 하겠지만 북구는 주택가 주변 약국이 많아 야간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박 분회장은 “손님이 없는데 밤 12시까지 365일 운영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
지원금 액수가 인건비에 못 미치는 것도 참여가 저조한 이유다. 약사 1명당 낮 근무 급여가 시간당 3~4만 원 정도인데 야간 수당도 챙겨주려면 지원금 3만 원으로는 운영이 힘들다는 것이다. 부산시약사회 총무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인데 현실적인 문제가 장벽이 돼 안타깝다”면서 경제적 유인책을 보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시는 시범사업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제점을 줄여가겠다는 입장이다. 지원한 약국이 한 곳도 없는 북부에 대해서는 조건을 개선한 변경 공고를 내거나 신청 약국 중 북부와 가장 가까운 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부산시 보건위생과 김진숙 의약품관리팀장은 “우선 예산 범위 내에서 사업을 시행해보고 추후 의견을 수렴해 정식 사업 때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