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 버섯, 그 곰팡이 덩어리를 먹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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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의 미생물 이야기(30)

버섯이 곰팡이라 하면 믿겠는가? 떡이나 음식 표면에 슬면 기겁을 하는 바로 그 곰팡이 말이다. 자연계에 수십만의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 버섯이 되는 곰팡이를 편의상 담자균(擔子菌)으로 분류한다. 버섯은 보통 식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동물에 가깝다는 것도 언뜻 믿기 어렵다. 모든 미생물은 식물도 동물도 아닌 하나의 독립군에 속한다. 겉보기에 동물 같은 짚신벌레와 아메바도, 틀림없이 식물이라고 우길 조류(녹조, 적조, 갈조 등)인 적조, 김, 파래, 미역, 다시마 같은 것도 미생물로 분류한다. 생리 기능도 동물에 가깝다고 하면 억지로 들릴까.


곰팡이는 세포가 독립하여 생활하지만 보통은 세포끼리 대나무처럼 직선으로 마디마디 연결되어 실같이 자란다. 그래서 곰팡이를 사상균(絲狀菌)이라고도 부른다. 마디 하나를 각기 독립된 세포로 본다. 세포 하나는 육안으로 볼 수 없지만 실같이 연결된 것은 눈으로 보인다. 곰팡이가 핀 것은 수많은 균체의 집합체이다.


그렇다면 이런 실 같은 것이 어떻게 갓 모양의 형태로 될까. 버섯 곰팡이는 독특한 성질이 있어 보통 때는 실 모양으로 있다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서는 서로 협동하여 갓 모양(자실체-子實體)을 만든다. 갓이 일종의 생식기관인 셈이다. 갓 밑의 주름진 부분에 씨가 무수히 매달려 있다. 완전히 벌어진 버섯을 흰 종이 위에 놓고 털어보면, 먼지 같은 것이 수없이 떨어진다. 이는 씨라 하지 않고 포자(胞子)라고 부르며 먼지처럼 비산하여 다른 곳에 붙어 다시 곰팡이로 자란다. 버섯 종류에 따라서는 갓의 형태를 취하지 않는 것도 있다.


버섯은 실험실의 합성배지에도 잘 자라지만 이때는 균사만 왕성하지 갓 모양의 자실체는 잘 만들어 주지 않는다. 때문에 보통은 적당한 천연배지에 키운다. 배지로는 나무나 볏짚, 톱밥, 쌀겨(등겨) 등 섬유소가 많은 재료를 쓴다. 버섯의 종류에 따라서 잘 자라는 배지가 따로 있다. 느타리나 양송이는 재배가 쉬워 농가에서 가장 많이 키운다.


표고버섯은 참나무에 잘 자라기 때문에 침목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군데군데 종균을 심어 서늘하고 습기 찬 곳에 두면 자실체가 나온다. 이때 나무의 껍질을 벗기면 곰팡이 균사가 하얗게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버섯은 동식물의 사체에 번식하는 사물(死物)기생이며 적당한 조건만 구비하면 인공재배가 가능하다. 요즘은 톱밥 등으로 만든 배양키트가 나와서 편리하다.


그러면 버섯이 나무나 볏짚의 무엇을 먹고 자랄까. 나무에는 우리가 아는 섬유소(cellulose)만 있는 것이 아니라 리그닌(lignin)과 헤미셀루로스(hemicellulose)라는 물질이 같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버섯은 섬유소를 분해해 자라지만 개중에는 리그닌이나 헤미셀루로스를 먹고 자라는 놈도 있다. 버섯의 종류는 무수히 많은데 전부가 다 인공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재배가 불가능한 대표적인 것이 송이(松栮)다. 송이는 살아있는 소나무의 잔뿌리에 기생하며 영양분을 얻는다. 살아있는 나무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활물(活物)기생이라 한다. 이들은 생육조건이 까다로워 아무 소나무에서나 자라지 않는다. 기후조건과 토양, 소나무의 수령 등이 잘 맞아떨어져야 성장한다. 자라는 지역도 따로 있다. 그래서 가격이 비싼지도 모르겠다. 일부에서 송이버섯의 인공재배법을 수십 년 연구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버섯의 왕’이라는 송로(松露, 트러플)도 인공재배가 불가능하다. 귀하고 맛과 향이 일품이라 캐비어, 거위간과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친다. 송로는 복령처럼 지상에 자실체(갓)를 형성하지 않고 땅속에서 감자 모양으로 둥글게 자란다. 송로는 한국에 없는 것으로, 서양 쪽에서는 크기가 1kg쯤 되면 억대를 호가한단다. 그래서 돼지나 개를 훈련시켜 전문적으로 채취하는 경우도 있다.


인공재배가 안되고 가격이 비싸서 그런지 송이버섯을 중하게 여기지만, 실제 맛은 표고버섯보다 못하다. 세간에는 1능이, 2표고, 3송이라는 말이 있지만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 송이는 특히 향이 좋다고 한다. 사실은 그 향이 버섯 자체의 냄새라기보다는 솔잎 뜨는 냄새에 가깝다. 뜬다는 것은 솔잎이 썩기 전에 미생물 발효가 일어나 솔잎의 휘발성분이 나오는 현상이다. 그것을 좋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필자에게는 별로 좋은 냄새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시중에서 귀히 여기는 약용버섯도 더러 있다. 상황, 영지, 동충하초, 복령, 차가 등. 지금은 인공재배가 가능해져 가격이 싸졌다. 한의서에 보면 이들 버섯은 가히 만병통치로 통한다. 상황은 암 등에 좋고, 영지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십장생으로, 동충하초는 인삼·녹용과 함께 3대 한방약재로 불리는 불로초로, 복령은 인삼보다 더 많은 처방에 들어가는 약재로, 그 상찬은 그들의 입을 빌리면 침이 마를 정도다.


한때 이런 약용버섯이 암에 특효약 인양 고가에 팔렸다. 바짝 유행하다 별 효과가 없음을 알고는 반응이 시큰둥해졌다. 이런 효능은 버섯에 있는 베타글루칸(β-glucan)이라는 다당(多糖)을 지목한다. 시험관에서나 그렇더라는 것, 논문에 의거한 것으로 필자에겐 믿거나 말거나로 들린다. 만약 그렇기라도 하다면 이미 암이 정복되었어야 하지 않나. 베타글루칸은 약용버섯뿐만 아니라 표고버섯을 비롯한 다른 종류에도 많다. 이를 먹어 나쁠 것이야 없지만 암 치료용으로 먹는다면 말리고 싶다.


근년에는 빵효모에도 베타글루칸이 많다면서 부산을 떨었다. 이도 허접한 논문에 근거한 침소봉대의 소산이었다. 과거 막걸리가 항암식품이라면서 난리친 것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내막은 다름 아닌 막걸리 속 효모(이스트)의 시체(?)에 들어있는 베타글루칸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인기를 잃어가던 막걸리가 반짝 재부상하는 듯도 했다. 결과는 뜨고 싶은 일개 연구자의 공명심(?)에서 비롯된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버섯에는 식용과 약용, 먹어서는 안 되는 독버섯도 있다. 식용과 독버섯을 구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모양이 고우면 독버섯이고, 볼품이 없으면 식용이라고? 천만에. 볼품이 없는 놈 중에도 독성이 강한 것이 있다. 모르면 안 먹는 게 상책이다. 식당에서 사먹으면서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등산 가서 따 먹는 것은 금물이다. 매년 사고가 한 두건은 난다. 독버섯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 신경과 근육을 마비시키는 신경독을 비롯해, 신장독, 복통, 설사를 일으키는 것, 먹고 나면 웃음을 견딜 수 없어 독성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 웃어재끼는 정말 웃기는 종류도 있다. 국내 자생버섯은 1900여 종이며 이 중 20% 정도가 식용이라고 보고 있다.


버섯이 영양학적인 측면에서는 그렇게 좋다고는 볼 수 없다. 5대 영양소가 다 들어 있긴 하나 그 양은 소량에 불과하다. 단점은 소화가 잘 안된다는 것인데, 바깥쪽의 단단한 세포벽이 소화 효소의 접근을 막기 때문이다. 대중이 버섯을 건강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최근 과하게 상찬하는 식이섬유가 많다는 것과, 또 말도 안 되는 버섯의 약효를 과대평가하는 어중이들의 농간에서 나온 듯싶다. 버섯은 하나의 식재료에 불과하다. 맛있다고 생각되면 그냥 음식으로 먹되 주위에 휘둘려 신비화하는 것은 좀 그렇다는 생각이다. 다음 주제는 '방귀는 장내미생물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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