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 뒤에 가렸던 ‘학교 폭력’이란 그림자
여자프로배구에서 불거진 ‘학교폭력 미투’가 스포츠계와 연예계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연휴 기간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스포츠계, 특히 배구계는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다영 자매가 학창 시절 저지른 학교폭력이 뒤늦게 폭로된 데 이어 남자프로배구 송명근·심경섭까지 학폭 미투에 이름이 올라 여론의 집중포화를 당하고 있다.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는 김연경의 컴백 이전까지 사실상 여자프로배구의 흥행을 이끌어온 스타 선수여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 이어
송명근·심경섭도 ‘학폭’에 연루
프로배구 잇단 ‘학폭 미투’ 당혹
‘미스트롯2’ 진달래도 가해 인정
가해자 처벌 넘어 자성 계기 돼야
14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선수 학폭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의 소속팀마다 징계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다른 구단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폭 관련 글이 게시되면서 불거졌다. 이 게시물에서 밝힌 이들 자매의 학폭 행위는 △돈을 걷거나 주먹 등으로 머리를 때리거나 몸을 꼬집음 △시킨 일을 거부하자 칼을 가져와 협박 △경기에 지면 방에 집합시켜 오토바이 자세 시킴 △피해자들의 부모에 대한 욕설 등이었다.
이재영·다영 자매는 지난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한 뒤 소속 팀 숙소를 떠났다.
쌍둥이 자매의 사과로 잠잠해지나 싶었던 프로배구 학폭 사태는 이번에는 남자부에서 다시 터져나왔다.
OK금융그룹 구단은 13일 “소속 선수인 송명근, 심경섭 선수가 학교폭력에 연루됐다. 팬 여러분을 실망하게 해 죄송하다”고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송명근은 고교 시절 후배의 급소를 가격했고, 심경섭은 중학생 시절 후배를 폭언·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 대한 징계를 내려야 할 배구연맹은 전례 없는 ‘학교폭력 미투’에 처벌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당장 학교폭력 가해 선수를 처벌한 전례가 없어 처벌 근거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급한대로 초·중·고·대학 연맹과 공동으로 학교폭력 방지 캠페인을 진행하고, 근절 교육 방안을 찾기로 했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가해 선수의 처벌을 촉구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면서 사태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정상적인 리그 운영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배구계에서 불거진 학교폭력 미투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트롯계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인기 프로그램인 TV조선 ‘미스트롯 2’에 출연 중이던 가수 진달래(본명 김은지·35)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한 것.
이날 진달래 소속사 측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한다고 밝혔다. 진달래는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 폭력 가해자가 ‘미스트롯2’에 나옵니다’라는 장문의 폭로 글이 게재되면서 학폭 가해자 논란에 시달려왔다. 이 폭로 글 작성자는 ‘진달래가 20년 전이던 학창시절 자신의 배를 차고 통마늘을 먹이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고, 여러 차례 금품도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확산일로를 달리고 있는 ‘학교폭력 미투’가 학교폭력 해결 방식에 대한 자성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SNS 등 미디어의 발달로 학폭에 대한 경각심은 잔뜩 높아진 반면 학폭 대책은 단편적인 처벌 절차에만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부산광역시 학교폭력예방회복조정센터 장은선 센터장은 “육체적인 폭력이 사이버 폭력으로 이어지는 등 학교폭력은 요즘 더 저연령화되고 난폭성을 띠고 있다”며 “하지만 해결책은 성급한 가해자 처벌에 국한되어 있다. 이번 학폭 미투도 가해자에게 적절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사과, 피해자의 마음이나 심리 상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거졌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회복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학교 폭력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상국·전대식 기자 ksk@busan.com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전대식 기자 pr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