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에게 자신의 창작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일은 사실 참 어렵습니다. 그것이 어떤 측면에서든 말이지요. 때로는 남들이 무척 좋아하는 노래를 창작자의 속내에서는 부끄러워할 수도 있고요. 듣는 이에게 가진 남다른 의미가 오히려 창작자 본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요. 음악가보다 팬들이 오히려 더 그 음악의 가치를 알아볼 때도 더러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음악에 대한 성찰이 음악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그것이 감지될 때 느끼는 감정은 아주 인상적인데요.

잭 개럿(Jack Garratt)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곡가입니다. 2016년 데뷔 스튜디오 앨범 ‘Phase’를 발매하자마자 같은 해 브릿 어워드에서 떠오르는 신예 부문, 그 이전에는 크리틱스 초이스 부문을 수상합니다. 이 앨범은 단숨에 많은 음악 팬들의 지지를 받았고 저 역시 이 앨범을 듣자마자 ‘놀라운 음악가의 탄생’에 귀 귀울일 수밖에 없더군요. 얼터너티브와 리듬＆블루스 그리고 힙합 등이 다채롭게 섞인 그의 음악은 분명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이후 그의 신작을 기다리는 팬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 그가 차기 앨범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고뇌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지요.

4년 후인 2020년 드디어 잭 개럿의 두 번째 정규 앨범 ‘Love, Death＆Dancing’이 선을 보입니다. 저와 같이 그의 음악을 기다려 온 많은 사람에게는 무척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지요. 새 앨범은 한층 짙어진 그의 개성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잭 개럿의 음악이 저를 더 빠져들게 한 것은 이후 이 앨범에 관한 또 다른 연작 시리즈를 접하게 되면서입니다. 그는 이 두 번째 정규 앨범의 음악들로 또 다른 실험을 시작합니다.

‘Reworks’라는 이름으로 같은 음악을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하면서 올해는 ‘Love, Death＆Dancing(Vol 6:Live at Unknown Studios)’를 발표합니다. 이 앨범을 들으면 음악가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성찰을 또다시 음악을 통해 들려주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줍니다. 그가 두 번째 앨범을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는 사실은 인터뷰나 기사가 아닌 바로 이 새로운 해석의 연작 시리즈로 충분히 설명이 됩니다.

특히 이 알려지지 않은 스튜디오에서의 공연 앨범의 첫 트랙 ‘Only the Bravest’는 피아노와 잭 개럿의 노래로만 이루어지며 7분여의 러닝타임 동안 흘러가는데요. 단순히 기존 곡의 다른 편곡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그 음악이 담고 있는 의미와 해석이 무척 다양한 층위를 갖고 있음을 깨닫게 해 주지요. 앨범의 제목처럼 어딘가의 스튜디오에서 누군지 알 수 없는 관객을 향해 들려주는 듯한 이 첫 트랙은 피아노 해머의 움직임마저 소리로 느껴지게 합니다. 연주 장소의 소음마저 하나의 음악처럼 아주 세심하게 조율되어 있습니다. 마치 그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음악을 통해 들려주기 위해 전해 받은 초대장처럼 다가오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