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철거된 ‘꽃의 내부’, ‘반성의 꽃’으로 환생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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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 해수욕장에 비석 설치
성찰과 복원 과정 기록 예정

꽃의 내부가 철거된 해운대해수욕장 호안도로 자리에 반성 비석 설치 예정 장소에 검은색 비석을 합성한 사진. 해운대구청은 이르면 다음 달 첫째 주에 비석을 설치할 예정이다. 해운대구청 제공 꽃의 내부가 철거된 해운대해수욕장 호안도로 자리에 반성 비석 설치 예정 장소에 검은색 비석을 합성한 사진. 해운대구청은 이르면 다음 달 첫째 주에 비석을 설치할 예정이다. 해운대구청 제공

세계적인 미술 거장의 작품 ‘꽃의 내부’ 무단 철거 사태(부산일보 2018년 1월 16일 자 1면 등 보도)를 반성하기 위한 비석이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다.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을 고철로 처분한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는 동시에 달맞이공원에 작품을 복원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부산 해운대구청은 “해운대해수욕장에 ‘챔버(Chamber, 꽃의 내부)를 기억하며’라는 이름의 비석을 이르면 다음 달 첫째 주에 설치한다”고 19일 밝혔다.

철거 전 꽃의 내부가 설치되어 있던 자리인 해운대해수욕장 호안도로 바닥을 잘라 가로 95cm, 세로 62cm, 두께 5cm 비석을 매립할 계획이다. 해운대구청은 비석 설치를 위해 예산 700만 원을 투입한다. 제작은 (사)부산미술협회가 맡았다.


다음 달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 예정인 비석 디자인과 문구. 해운대구청 제공 다음 달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 예정인 비석 디자인과 문구. 해운대구청 제공

‘반성 비석’은 2017년 해운대구청이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 ‘꽃의 내부’를 일방적으로 철거한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설치된다.

당시 해운대구청은 ‘바닷바람과 태풍에 훼손됐다’는 이유로 거장의 작품을 고철 폐기물로 처분했고,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국내외에서 무지한 행정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이를 잊지 않기 위해 ‘반성 비석에’는 ‘충분한 소통 없이 철거해 논란이 됐던 뼈아픈 일을 반성하고, 문화행정 신뢰 회복의 다짐을 이 돌에 새깁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아울러 해운대구청이 철거 사태 이후 2020년 달맞이공원에 ‘꽃의 내부’를 복원하는 과정도 기록했다. 당시 백선기 전 해운대구청장이 미국을 찾아 데니스 오펜하임 유족에게 사과했고, 유족 협의를 거쳐 2019년부터 복원 작업을 시작해 이듬해 새롭게 작품을 완성했다.

비석에는 ‘2020년 10월 원형 그대로 복원해 달맞이광장에 재설치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술계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 ‘꽃의 내부(Chamber)’가 해운대구 달맞이언덕 해월정 광장에 복원된 모습. 부산일보 DB 미술계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 ‘꽃의 내부(Chamber)’가 해운대구 달맞이언덕 해월정 광장에 복원된 모습. 부산일보 DB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진정성 있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예술가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비석을 설치하게 됐다”며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앞으로도 문화 예술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꽃의 내부’는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국제공모를 거쳐 대지미술로 유명한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이 2010년 12월 설치를 시작한 작품이다. 국·시비 8억 원을 투입해 가로 8.5m, 세로 8m, 높이 6m 규모로 제작됐다.

작가가 2011년 1월 암으로 사망해 이 작품은 그의 유작이 됐다. 같은 해 3월 완공식에는 오펜하임 유족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작품을 감상하기도 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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