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때문에… ‘폐조선소 문화공간 전환’ 실패로 끝나나
폐조선소의 문화공간 전환 실험이 결국 실패로 끝나는 것일까. 전시와 공연, 축제, 영화 촬영 장소로 사용되던 거청조선소가 재산세 폭탄으로 시름(부산일보 2019년 10월 17일 자 3면 보도)을 하다가 결국 공장으로 돌아갔다. 예술계는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영도구청은 뒷짐만 지고 있다.
거청조선은 지난해 말 한 식품회사와 2년 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달 말부터 조선소를 제조공장으로 제공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1998년 설립된 거청조선은 조선업이 하락세에 접어들자 2017년 조선소 운영을 중단하고 문화공간으로 공간을 개조했다. 2019년 3월부터 지역의 예술 공연 장소 등으로 각광받았다.
전시·공연·영화 촬영 장소 이용
영도 청학동 거청조선소 건물
타용도 사용되자 부동산세 ‘폭탄’
구청 “세금혜택은 형평성 위배”
폐조선소의 파격적인 실험의 발목을 잡은 것은 세금이었다. 공장용지에 놓인 건물이 다른 용도로 쓰이자 연 4000만 원에 불과하던 재산세가 2019년 1억 200만 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2015년 480만 원을 끝으로 부과되지 않던 종합부동산세도 2019년 1억 300만 원이나 나왔다. ‘세금 폭탄’에 놀란 거청조선은 지난해 하반기 문화공간 운영을 중단하고, 12월에 식품회사와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거청조선 김청린 회장은 "적자를 견디기 힘들어 임대 계약이 끝난 후에도 공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곳에서 전시나 공연, 영화 촬영을 준비하던 문화예술단체는 황당한 처지에 놓였다. 당장 4월 공연을 준비하던 '신은주무용단' 신은주 대표는 "버려진 공간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것이 작품 의도여서 거청조선소를 선택했는데 마땅한 대체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2019년부터 매년 거청조선소에서 부산국제사진제를 연 부산국제사진제 조직위와 영화·영상 부산 로케이션 촬영을 지원하는 부산영상위원회도 급히 대안을 물색 중이다.
폐조선소의 변신에 갈채를 보내던 부산 예술계는 거청조선소의 실험이 세금 제도에 가로막힌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영도 기반 로컬 크리에이터 'RTBP' 김철우 대표는 “예술적 활용 가치가 있는 공간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도시계획적 측면에서 고민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도구청은 폐조선소의 문화적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마땅한 대안은 내놓지 못한다. 조례를 제정해 세금을 줄여주는 방안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영도구청 세무과 측은 “한 업종이나 지역에만 콕 집어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밝혔다.
손혜림·오금아 기자 hyerimsn@busan.com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