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국어대학교 총장 기고문] 아세안 전문가가 지역경제를 살린다
코로나-19사태로 세계 경제에 암운이 가득하지만,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하는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특히 높은 잠재력을 지닌 아세안 시장을 향한 기업들의 진출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 아세안 진출 사례는 국가별로 차고 넘친다.
현대차는 인구수 2억 7,000만 명으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에 약 15억 달러를 투자해 자동차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단기적 목표로 삼은 연간 15만 대의 자동차 생산을 향후 25만 대로 늘릴 방침이다. 계획대로라면 연말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현대차가 자카르타 시내를 달리게 된다.
네이버가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은 태국에서 국민 메신저가 되고 있다. 라인은 태국의 메신저 시장 점유율 70%를 넘기며 모바일 산업을 주도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 음식 배달, 음악 등의 콘텐츠 제공과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라인 페이’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해외 3대 수출 시장이다. 최근엔 소매와 금융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41개의 지점을 갖추고 있다. 또한 롯데마트는 15개 대형 할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GS25는 54개 편의점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우리 기업들의 2대 수출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세안의 중요성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욱 강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인도와 아세안 1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신남방정책을 내놓았다.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의 공동체 형성을 위한 신남방정책은 우리 정부 외교정책의 핵심 사안이다.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의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개최한 부산시는 신남방정책의 명실상부한 거점도시이다. 아세안 최대 투자국인 베트남에 진출한 9,000여 기업 중 1,000여 개가 부산시에 기반을 둔 업체들이다. ‘한-인니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타결과 현대차 인도네시아 진출 등으로 부산지역 자동차 부품업계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당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세안 회원국 정상들은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한-아세안의 협력 가능성에 주목했다. 곧 완성될 부산 에코 델타 스마트시티는 부산시와 아세안 도시들의 스마트시티 네트워크 구축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과 아세안의 경제교류는 원목 수입으로부터 시작하여 노동집약적 산업을 거쳐 4차산업혁명 시대 스마트시티와 핀테크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경제 협력의 수준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 첨단화의 길을 가고 있다. 기대효과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글로벌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기업 성공의 토대는 다름 아닌 유능한 인재이다. 아세안 시장에서 현지어 구사 능력과 현지 기업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아세안 비즈니스 전문가 육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의 경쟁상대인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은 이미 다양한 층위에서 아세안 전문가를 배출하여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아세안에서도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지역에서 현지어를 구사하며 현지 문화에 익숙한 지역 전문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국가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적절한 인재를 구하기 쉽지 않다.
신남방정책의 거점도시인 부산시가 아세안 진출에 필요한 여건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대학과 협력하여 아세안 각국의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배출된 인력을 아세안 진출 기업들과 적절히 연결시킴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증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수요 기반 특수 외국어 전문인력양성사업을 참여하며 2년 연속(‘19년, ‘20년) 평가 1위 사업단으로 선정된 부산외국어대학교는 아세안 지역에 특화된 실무인재양성 교육과정이 최근 인재 유출과 기업 경쟁력 약화로 고심하는 부산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총장 김홍구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