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내야 할 치킨집이 생겼다" 배고픈 형제에게 사랑 베푼 사장님
"혼내야 할 치킨집이 생겼네요."
25일 MBC 뉴스에서 전한 '사랑의 치킨' 사연을 접한 누리꾼의 반응이다.
사연을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달 부산에 본사를 둔 치킨 프랜차이즈인 '철인7호' 본사에 고등학생 A 군이 쓴 손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지난해 누구보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A 군은 치킨을 먹고 싶어하는 어린 동생을 위해 5000원 한 장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그 어느 곳도 이들 형제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곳은 없었다.
때마침 손님이 없어 가게 앞에 나와 있던 서울 마포구 '철인7호(홍대점)' 사장 박재휘 씨는 "치킨 치킨"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동생을 달래는 형을 보게 됐다. 이들 형제가 어떤 상황인지 짐작한 박 씨는 가게로 어서 들어오라고 했다.
A 군은 박 씨에게 "5000원밖에 없어요. 5000원어치만 먹을 수 있을까요?"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고 이를 본 박 씨는 가슴이 저려왔다.
박 씨는 이들 형제에게 치킨을 실컷 먹여준 뒤 "또 배고프면 언제든지 찾아와라. 닭은 원하는 만큼 줄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후 A 군의 동생은 형 몰래 박 씨가 운영하는 치킨집을 몇 번 더 방문했고 박 씨는 그때마다 치킨을 공짜로 튀겨줬고 한번은 덥수룩해진 동생의 머리까지 잘라줬다는 것.
그러나 A 군의 동생 역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는지 어느 날부터 발길을 끊었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박 씨는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A 군이 손글씨로 꽉 채운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받았다. A 군은 편지에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어린 동생, 몸이 편찮은 할머니와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전한 뒤 박 씨가 자신들에게 베풀어 준 치킨 덕분에 세상의 따뜻함을 느꼈다고 썼다. 그리고 A 군은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는 뉴스를 봤는데 잘 계신지 궁금하고 걱정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박 씨는 A 군의 진심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A 군에게 "편지 써준 거 다 읽어 봤다"며 "멋진 사람이 되겠다는 부분이 오히려 더 고맙고 힘 많이 얻었다. 네가 사는 계획도 듣고 싶고 뭘 하고 싶어 하는지도 궁금하니까 한 번 왔으면 좋겠다"고 MBC를 통해 영상편지를 남겼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의 반응은 뜨거웠다. 해당 치킨집의 위치와 상호를 공유한 뒤 "시간 내서 한번 가야겠습니다", "조만간 혼내러 간다는 분 많을 듯", "근처라면 꼭 가고 싶은 가게", "리뷰 보니 이미 기사 보고 시켜드시는 분들 많네요" 등의 센스 넘치는 글들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예전에 읽었던 '우동 한그릇'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치킨집 사장님 엄청 부자되실 겁니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