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특별법 통과]‘꿈을 현실로’ 결정적 장면 7가지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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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덕도 대항 전망대에서 가덕신공항 예정부지를 내려다 본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가덕도 대항 전망대에서 가덕신공항 예정부지를 내려다 본 모습. 부산일보DB

여야 합의에 따른 특별법 제정으로 가덕신공항은 2029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신속한 건설을 위한 방아쇠가 당겨졌다. 2002년 4월 15일 김해공항 중국 국제항공공사 민항기(CA-129vus)의 돗대산 추락으로 한국인 111명을 포함한 129명이 사망하며 동남권의 안전한 국제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역의 목소리가 본격화된 지 19년 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시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 타당성 공식검토가 시작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신공항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안으로 동남권 신공항을 만들겠다고 정치적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은 사실상 표류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3번의 정부를 거치며 6번 정부 용역 과제로 검토됐고, 2번이나 백지화됐다. 그야말로 격변의 역사였다. 특별법이 제정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7개 결정적 장면을 뽑아 가덕신공항이 불가역적 사업으로 진행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되돌아보고 소개한다.


①김해공항,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

2002년 4월15일 승객과 승무원 166명을 태운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에 착륙하던 중 기상악화로 인해 돗대산에 추락했다. 당시 한국인 111명 등 총 129명이 숨졌다. 이 사고를 계기로 김해공항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김해신공항(확장안)이 백지화될 수 밖에 없던 이유도 이 추락사고와 무관치 않다. 안전의 문제다. 김해공항에 V자 활주로를 만들어 관문공항으로 만들려면 14방향 신활주로 주면 금정산과 승학산 등 산악장애물 회피가 곤란하다. 이로 인해 산악장애물 위협을 회피할 수 있는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선정됐다.


②노무현 전 대통령, 동남권신공항 건설 검토 지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16대 선거에서 대선 후보로 "중앙정부의 결단을 통한 부산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임기 막바지인 2006년 12월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공식 지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에서 "지금까지 비공식으로 검토해왔는데, 이제 공식적으로 검토해 가급적 신속하게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부처의 동남권 신공항 공식 검토가 시작됐다. 이후 국토연구원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항공수요조사와 사전타당성 검토를 시행했다. 이후 2010년 7월 부터 2011년 3월까지 서울대 박창호 교수(위원장) 등 민간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입지평가위원회가 입지평가를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밀양과 가덕도 모두에서 신공항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후 2013년 항공수요조사가 시작되는 등 절차를 거쳐 2016년 6월 21일 박근혜 정부는 김해공항을 확장해 신공항을 만들면 된다고 결정했다.


③문재인 정부, 2019년 12월 6일 총리실 재검증위 발족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나면서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을 2018년 12월 발표하는 등 안전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김해공항 확장을 밀어붙였다. 이에 부산·울산·경남은 더불먼민주당 김정호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자체검증단을 만들어 안전성 문제, 소음문제, 활주로 용량 등 시설문제와 조류서식지 훼손 등 환경문제를 근거로 김해공항 확장사업을 백지화할 것을 2019년 1월 16일 공식 요구했다. 갈등이 지속되면서 국토교통부와 부울경은 국무총리실에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공항 확장안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를 요청하면서 그 결과를 따르기로 합의했다. 2019년 6월 김현미 당시 장관과 3개 시·도지사가 합의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김해 신공항의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에서 논의하고, 그 검토 결과를 따르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 이후 검증위 출범까지는 다시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검증위를 맡은 위원장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 총리는 부울경 정치인과 상공인 등을 두루 만나면서 재검증이 필요하고, 가덕신공항에 대한 확신을 얻으면서 검증위원장을 직접 모셨다고 한다. 결국 같은 해 12월 6일 이낙연 총리실 산하에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검증위)가 출범했다. 검증위는 안전, 시설운영·수요, 소음, 환경 4개 분야 11개 쟁점, 22개 세부 항목에 대해 21명의 전문가가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대안)이 가결되자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대안)이 가결되자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④검증위 띄우고, 발로 뛴 이낙연

검증위를 발족하고 여당 대표로 자리를 옮긴 이낙연 대표는 검증위 결과 발표를 앞두고 사그라드는 가덕신공항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중대한 변곡점을 만들었다. 김해신공항 검증위의 결론 발표가 임박한 지난해 9월께부터 부울경은 극도로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검증위 안전분과의 거센 문제 제기에도 검증위가 이를 무시하고 ‘김해신공항 유지’로 결론을 내리려 한다는 정황이 감지되면서 가덕신공항이 또한번 ‘희망고문’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검증위 활동에 관여하진 않았지만, 수시로 내부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이 대표는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문재인 대통령과 꽤 오랜 통화를 나눴다. 이 대표는 김해공항 확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지난해 10월 초 추석 연휴에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 지역 언론에 검증위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제대로 된 관문공항을 추진할 것이라며 가덕신공항으로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⑤검증위 "근본적인 검토 필요" 김해신공항 백지화

김해신공항 검증위는 지난해 11월 17일 검증결과 발표 직전까지 15차례의 설명회와 토론회, 4차례의 현장검증을 했다. 비행절차 전문가 의견청취했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법제처 등 관계기관의 유권해석 등을 거쳐 김해신공항 건설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검증위는 안전과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분야에서 상당부분 보완이 필요하며, 장애물제한표면의 진입표면 높이 이상의 산악 장애물을 원칙적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예외적으로 방치하려면 부산시장 등 관계행정기관의 장과 협의를 해야하는 데 이런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동남권 관문공항이 되기 위한 미래 확장성이 없다며 김해신공항 추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검증했다.


⑥여야, 특별법 신속 발의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은 검증위 발표 직후인 11월 20일 '부산가덕도신공항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박수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야당 부산의원 15명이 모두 서명했다.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은 법안에서 20년이 넘게 해당 사업이 추진되지 않아 국가적,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했기 때문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대표발의하는 방식으로 138명이 서명한 메머드급 '가덕도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을 제출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의 성곡적 개최를 위한 조기 건설'을 위해 법안이 필요하다고 적시한 이 법안은 사실상 여당 의원 대부분이 서명하면서 특별법의 국회 입법 '순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야가 법안을 제출했지만, 국민의힘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가덕신공항 건립에 반대하면서 국회에서 특별법 논의가 지지부진해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가덕도를 찾아 '찬성' 입장을 당론으로 명시하면서 특별법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될 수 명분이 완성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⑦문재인 대통령 25일 가덕도 찾아 “신속 진행” 못박아

특별법 통과를 하루 앞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가덕신공항 지원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보고’ 행사차 방문한 부산 가덕도 인근 선상회의실에서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반대 입장을 드러낸 국토교통부를 향해 “국토부가 의지를 갖지 못하면, 원활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2030년 이전에 완공시키려면 국토부가 ‘역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사전타당성 조사 등 공항 건설 주무부처인 국토부 일부 항공관료들의 반발을 조기에 대응하고 가덕신공항 추진에 동력을 부여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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