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땐 호들갑 떨더니…” 부산시의회 빌딩풍 조례 심사 보류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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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오면 빌딩풍이 심해지는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 고층 아파트. 부산일보DB 태풍이 오면 빌딩풍이 심해지는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 고층 아파트. 부산일보DB

부산시의회 임시회에서 빌딩풍 예방과 피해 대처를 위한 조례안이 상임위에서 심사 보류 처리됐다. 조례를 발의한 국민의힘이 신종 재난에 안일하게 대처한다고 반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내용 보강이 필요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반박하는 모양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5일 폐회한 제294회 임시회에서 ‘빌딩풍 예방과 피해 저감에 관한 조례안’이 복지안전위원회에서 심사 보류됐다고 11일 밝혔다. 심사한 안건 26건 중 24건이 가결됐는데, 부결된 1건을 제외하면 빌딩풍 조례안은 상임위에 묶인 유일한 사례다. 빌딩풍은 고층 빌딩 사이나 인근에 부는 강한 바람을 뜻한다.

조례안에는 신종 재난으로 인식되는 빌딩풍 예방뿐만 아니라 피해 저감과 관리 지원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산시가 책임을 지고 빌딩풍 관련 정책 등을 발굴하고, 초고층 건축물 관리 주체도 빌딩풍 방지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해 ‘마이삭’ 등 태풍이 부산을 덮쳤을 때 빌딩풍 영향으로 해운대 고층 건물 창문 등이 파손되는 재산 피해가 이어졌다.

심사 보류 결정이 내려지자 빌딩풍 조례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측은 곧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시민 의견 수렴이 부족한 데다 빌딩풍 용역 결과를 참고해야 한다는 점을 보류 이유로 댄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 부산시 국감에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연이어 빌딩풍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일부 민주당 시의원들은 용역이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국·시비 18억 6000만 원이 투입된 ‘빌딩풍 위험 분석과 예방 기술 개발 용역’은 내년 말에야 마무리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김진홍 의원(동구1)은 “이미 빌딩풍이 신종 재난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코로나19 시대에 공청회라도 열어야 한다는 뜻이냐”며 “내년 말은 돼야 기술 용역 결과가 나오는데 그 이후에 조례가 통과되면 너무 늦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선 조례를 만든 뒤 빌딩풍에 대비할 체계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며 “해당 상임위가 무소속 의원 1명을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 소속이라 발목을 잡는다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조례안 내용이 추상적이라 보강이 필요할 뿐 취지에 공감을 하지 않아 심사를 보류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용형 의원(남구3)은 “빌딩풍이 심각한 건 모두 알고 있는데 조례안이 추상적이라 용역 결과와 같은 정확한 진단이 선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국민의힘 의원이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반대하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광모 의원(해운대구2)은 “상위법이 없는 데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심사를 보류한 것”이라며 “조례 취지 자체에 반대하는 의원이 없어 내용만 제대로 보강되면 다음 달 회기에라도 바로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에서도 빌딩풍 예방과 대처 등을 위한 법안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빌딩풍 재난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해당 법안은 빌딩풍을 재난으로 규정해 경보 체계를 구축하고, 피해 복구 지원이 가능케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 의원이 발의한 ‘빌딩풍 환경영향평가법(건축법 개정안)’은 지난달 말 본회의를 통과했다. 빌딩풍 예방을 목적으로 건물 신축을 할 때 빌딩풍 평가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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