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윤여정의 탈꼰대 어록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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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하는 환경에서 일하면 괴물이 될 수 있어. 그게 매너리즘이지. 그런 환경에서 일하면 내가 발전할 수 없을 거야.”

영화 ‘미나리’로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연기상 부문 후보에 지명된 윤여정의 말이다. 1966년 TV 탤런트 공채에 합격하며 연기를 시작했고 1971년 ‘화녀’로 영화계에 데뷔한 그는 이제 현장의 연기자, 스태프 중에서 최고참이다. 어딜 가나 “선생님”으로 불리고 감독들이 “선생님 맘대로 연기하십시오”라고 대우한다. 그러나 윤여정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 대신 여전히 자기 발전을 위해 불편한 환경을 선택한다.

지금은 세계적인 화제작으로 떠오른 ‘미나리’조차 시작은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독립영화였다. 촬영 현장의 상황은 열악한 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빠듯한 일정으로 촬영이 강행됐고 배우들이 합숙하기도 했다. 미국 스태프들은 말이 원활하게 통하지 않자 윤여정에게 “what?”이라고 일갈했고, 윤여정은 “내가 연기를 잘해서 보여 주는 수밖에 없겠구나”라며 더욱 긴장해서 역할에 몰입했다고 말한다.

윤여정이라는 사람이 참 멋지다고 느낀 건 뛰어난 연기보다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때이다. 이 나이가 되면 이렇게 해야 하고,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 있어야 한다고 조바심을 내는 이들에게 윤여정은 이렇게 말한다.

“나이 60이라도 모를 수 있어. 그 나이로 처음 살아 보는 거잖아. 나도 이 나이는 처음이야.”

작품에 들어갔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후배 연기자의 고민에도 그의 답은 명쾌하다.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 다 잃는 것 같아도 사람은 또 얻어. 어떤 경험이라도 얻는 것이 있어.”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미나리’의 연기 비결도 그녀의 말에서 엿볼 수 있다.

“난 드라마가 인생이라고 생각해. 인생에서 모두가 필요하듯이 드라마 역시 주연, 조연, 단역 다 소중하고 필요하지. 때로는 주연이고 때로는 조연이고 단역일 때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인생이란 긴 과정에서 순서처럼 다 오는 것 같아.”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된다’는 세상의 편견을 멋지게 비틀어 주는 윤여정. 아무래도 4월엔 미국에서 그에 관한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것 같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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