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기레기는 모욕적 표현…모욕죄 성립은 안돼"
인터넷 기사에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라는 댓글을 달아도 기자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기레기라는 표현이 모욕적 표현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5일 모욕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댓글 작성자 이 모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대구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16년 2월 한 포털사이트의 자동차 전문 인터넷 언론사 소속 정 모 기자가 작성한 자동차 파워스티어링 시스템(MDPS) 관련 기사에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아 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이 씨는 이 같은 댓글을 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홍보 성격을 띠는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를 지칭하는 표현이고, 자신의 댓글은 해당 기사를 보는 다른 누리꾼들에게 의견을 묻는 취지였으므로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기레기란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누군가를 쓰레기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모욕죄로 판단,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또 의견을 묻는 취지였다는 주장에 대해 "단지 그 단어 뒤에 물음표를 달았다는 사정만으로 (취지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이 사건 댓글을 작성함으로써 피해자를 모욕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기레기는 모욕적 표현에 해당된다"면서도 "의견을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 등에 작성된 단문의 글에 모욕적 표현이 있더라도,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고 표현도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기사는 MDPS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많은 가운데 MDPS를 옹호하는 제목으로 게시됐는데, 상당수의 독자들은 MDPS와 관련한 부정적인 내용을 다룬 타 언론사의 방송 내용을 근거로 기사의 제목과 내용, 기자의 태도를 비판하는 댓글을 게시한 것"이라며 "그렇다면 이러한 의견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레기는 기사와 기자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에서 비교적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라며 "해당 기사의 다른 댓글들의 논조·내용과 비교해 볼 때 이 씨의 표현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