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다 기자의 부산읽기] 정치적 갈등만 부각되는 한·일 관계, 상생 길 찾는 데 힘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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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다 다이 서일본신문 기자

2월 말에 할아버지의 고향이자 내 본적지인 경북 포항을 처음 찾았다. 조상의 땅은 한적하고 평화스러운 시골 마을이었다. 마을 인근에는 유명한 장기읍성이 있다. 올라가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바로 너머 바다가 가까이 보인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할아버지도 나처럼 읍성에서 같은 경치를 보고 먹고살기 위해 바다를 건너서 일본에 갔을까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고향은 조선 시대에는 서울에서 지식인들이 유배를 당한 지역이기 때문에 옛날부터 교육 수준이 높고 유교 정신이 깊게 몸에 밴 곳이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할아버지는 장남은 아니었지만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익힌 습관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비록 몸은 일본에 있더라도 마음은 조국과 맺어지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계속하는 듯했다. 나도 함께 제사를 지내면서 나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가슴에 새긴 것을 떠올린다.

부산에 파견된 지 벌써 1년. 일본에 돌아가야 하는 시기가 돼 버렸다. 코로나19라는 어마어마한 감염력을 가지는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2주간의 자가격리부터 시작한 부산 생활은 조선통신사축제를 비롯한 행사가 속속 취소됐고 한·일 우호를 추진하는 단체의 모임도 거의 열리지 않았다. 마음대로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취재도 할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은 솔직히 있다. 그러나 다정한 부산 사람들의 큰 도움을 받으면서 조국에 대해서 많이 배우며 그럭저럭 1년간 지낼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일관계는 정치적인 이슈만 주로 눈길을 끌지만 서로 잘난 부분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일 양국은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나 부의 수도권 집중 등 똑같은 사회 문제를 갖고 있어서 협력한다면 더 좋은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계기를 조금이라도 만들고 싶어서 지난 1년간 ‘K방역’의 성과나 부산시의 지역화폐인 ‘동백전’ 등 일본이 한국에게서 배울 수 있는 분야를 일본에 소개했다. 반면 이 칼럼에서는 일본의 뛰어난 자연재해 대책 등을 다뤘다.

4월부터는 다시 서일본신문사에 돌아가지만 부산은 이제 평생 잊지 못할 ‘제2의 고향’이다. 부산에서 맺은 인연을 아끼고 앞으로도 한·일의 가교가 될 기사를 쓸 작정이다.

이게 재일교포 3세인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아프고 슬픈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를 함께 만들 수는 있다. 나는 믿는다. -끝-

dai.kaneda@nishinippon-np.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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