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1628만 원이 웬말”…기약 없는 온천4구역 분양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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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 래미안 포레스티지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 래미안 포레스티지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현실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고분양가 심사 제도를 개편했지만, 오히려 재개발 사업장의 분양가는 낮아지는 분위기다. 올해 전국 분양시장의 최대어로 관심을 끄는 동래구 온천4구역(래미안 포레스티지)은 조합 측의 예상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분양가가 산정돼 조합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온천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에 따르면 HUG가 최근 일반분양가를 3.3㎡당 1628만 원으로 산정에 조합에 통보했다. 조합이 신청한 3.3㎡당 1900만 원대와는 큰 차이가 있다. 조합 측은 지난해 9월 분양한 연제구 거제2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장 ‘레이카운티’의 일반 분양가(3.3㎥당 1810만 원) 수준 이상을 기대했다.


HUG, 조합에 일반분양가 통보

“시세 반영한다더니 더 낮아져

레이카운티보다 182만 원 저렴”

조합원 크게 반발, 재심사 요청


이에 조합 측은 HUG의 분양가 산정안을 거부하고, 재심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신귀철 온천4구역 조합장은 “3.3㎡당 종전가(감정평가 금액)가 거제2구역의 경우 420만 원인데 비해 온천4구역은 560만 원으로 훨씬 높은 데, 거제2구역보다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한 산정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2개월 후 재심사를 요청하고, 그때도 합리적인 분양가가 책정되지 않으면 후분양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조합장은 거제2구역 분양가 수준보다 3.3㎡당 182만 원 적게 책정되면 일반 분양 수익이 1392억 원이나 감소한다. 아파트 고급화를 위해 들이는 1000억 원에 달하는 추가 공사비용과 국·공유지 매입 추가 비용 수백억 원을 재심사에선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천4구역은 일반분양 시기와 상관없이 예정대로 4월 착공해 입주 시기를 2024년 5월로 맞출 계획이다.

HUG는 분양가 산정과 관련해 “분양보증서가 발급되기 전 분양가 협상과 관련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조합 측에선 HUG가 온천2구역(동래래미안아이파크)을 비교 대상지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분양가(1499만 원)와 그동안 동래지역 시세 변동률을 곱하면 대략 1600만 원대 초반 금액이 나온다. 조합은 온천2구역보다 분양가가 높았던 명륜2구역(명륜힐스테이트)을 비교 대상지로 원했다.

HUG의 산정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아진 것은 부산만이 아니다. 최근 인천의 한 재개발구역은 조합이 예상한 분양가보다 3.3㎡당 550만 원이나 낮은 1250만 원에 책정돼 조합이 HUG에 재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분양가를 주변(반경 500m 이내) 시세의 85~90%를 상한선으로 새롭게 적용한 것이 이유였다. 입주한 지 오래된 단지가 많아 주변 시세 평균이 1250만 원에 불과하다.

전국의 정비조합과 건설업계는 HUG의 새로운 고분양가 심사 제도 적용에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HUG의 분양보증은 전국 주요 지역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서울 등 일부 수도권을 제외하고,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대부분의 수도권 지역과 부산, 대구 등 광역시는 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거쳐 분양가가 정해진다. 그러나 이 제도는 HUG가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해 민간 사업자의 주택 공급을 막는다는 비판과 함께,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알 수 없어 심사의 투명성과 심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HUG는 지난달 분양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해 민간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분양가 산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담보한다는 취지로 고분양가 심사규정과 시행세칙을 전면 개정한 바 있다. 비교 사업장(반경 1㎞)을 분양 사업장, 준공 사업장 한 곳씩 총 두 곳을 선정하고 시세변동률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분양가를 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면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분양가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고, 산정된 분양가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HUG가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 발표 이후 분양가를 현실화한다는 해석에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자, 고분양가 논란을 의식해 개정 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은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새로운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적용하기 전인 지난달 분양한 부산 연제구 연산포레서희스타힐스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1671만 원이었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연산포레서희스타힐스와 비교하더라도 온천4구역 조합원들은 HUG가 산정한 분양가를 전혀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낮은 분양가 정책이 지속되면 민간 주택 공급은 크게 줄고 후분양을 부추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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