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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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국어대학교 총장 김홍구


대학 캠퍼스의 봄은 유난히 생기 넘친다. 신입생의 설렘, 재학생의 새로운 다짐으로 캠퍼스는 늘 왁자지껄하다. 2020년 3월, 우리는 COVID 19 팬데믹으로 캠퍼스의 생기를 잃었다. 2021년 3월,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소재 대학 쏠림 현상은 지방대학 캠퍼스에 생존에 대한 두려움과 적막감만을 남겼다.

2021학년도 모든 대학입시전형이 종료된 이후 지방대학 곳곳이 자구책 마련으로 수심 가득하다. 2021학년도 대학입시 추가모집 결과, 서울 소재 13개 대학의 경쟁률 55.3대 1, 비수도권 72개 대학은 0.14대 1이었다. 입시전문학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지방대학 95% 이상은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채 학기를 시작했다.

신입생 100% 충원을 하지 못한 결과는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지며 대학 재정난을 가속화 한다. 국내 대부분 대학에서는 2020년 팬데믹 대응으로 원격수업 인프라 구축 및 교원을 위한 교육지원비에 이미 상당한 재원을 투입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2021학년도 입시전형 결과는 대학재정 어려움에 직격탄을 날렸다.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일부 대학에서는 각종 인건비 감축,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하여 교육비 재원확보에 골몰하고 있다. 그동안 10년 넘게 동결되어온 등록금으로 대학을 운영해 온 사학에서는 그야말로 마른 수건 짜기와 다를 바 없다.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다. 올 1월, 수시모집 등록률 확인 및 정시모집 경쟁률 파악과 동시에 긴축재정안 도출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였다. 빠듯한 살림살이를 다시 한번 점검하며 운영비를 축소해가는 과정은 처절하다. 인재를 길러내는 이곳에서 사람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구성원의 인건비 절감만큼은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할 일, 최소화해야 할 일, 그보다도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 다짐한다. 아울러 삭감된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수익사업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형편이다.

평생학습시대 고등교육기관의 변신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 구조적 문제, 더 나아가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해지는 이 변화의 압박을 지방 사학 책임으로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몰락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 구성원의 생존권, 지역의 침체와 상권 파괴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이 악순환의 시작을 국가가 뒷짐만 지고 있어서도 안된다.

자연의 봄은 벌써 왔지만 청년과 꿈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야 할 지방대학에는 봄이 사라졌다. 그동안 침묵만 지키고 있던 교육부가 대학의 체계적 관리전략을 제시하며 꺼져가는 지방대학의 심박동을 다시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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