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수직 내던지고 거제 변두리 중학교로 간 40대 교장
“학생 중심의 맞춤식 교육으로 행복한 학교 만들 것”
서울대 출신에 엘리트 코스를 밟던 40대 젊은 대학교수가 돌연 강단을 떠나 변두리 작은 중학교 교장이 됐다. 열에 아홉은 고개를 갸웃하며 ‘도대체 왜?’라고 묻는다. 그는 이렇게 답한다.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단순히 지리적 약점 탓에 교육 불평등을 감수해야 하는 아이들을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달 거제 장목중학교 제11대 교장으로 취임한 박상욱(44) 교장. 직전까지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중등교사 양성 과정인 교직학부 교수를 지낸 그다. 교육학 관련 저서만 7편,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논문만 36편에 달한다. 그런 그가 ‘사립중등 교장자격인정 검정’을 거쳐 초빙교장으로 이곳에 새 둥지를 텄다.
동의대 교직학부 교수하다 교장 변신
작은 어촌마을 교육 환경 개선에 앞장
아이들이 꿈 키우는 배움터로 조성
전교생 20명에, 교직원 17명이 전부인 작은 어촌마을 학교. 얼핏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박 교장에겐 오랫동안 그려온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펼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를 잇는 거가대교 관문에 자리 잡은 장목중은 거제는 물론, 부산 도심과도 불과 20~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그런데도 현장 교육의 질과 관련 인프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교육격차를 줄이려면 농어촌 학생들이 더 많은, 더 좋은 교육 서비스를 누려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예요. 꿈을 갖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태반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불평등에 익숙해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그게 너무 안타까웠죠.”
“학생들이 꿈을 갖지 못하는 건 학교가 제 몫을 못 했기 때문”이라는 게 박 교장의 지론이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내놓은 구상이 ‘사교육을 뛰어넘는 공교육’이다. 박 교장은 “공교육이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성과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사교육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흡수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 공교육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제고하고 학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장목중은 작은 학교이기에 이런 시도가 가능하다고 박 교장은 말했다. 그는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필요에 맞춘 수요자 중심의 맞춤식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학생이 행복할 수 있다”면서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적은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장은 자신이 가진 인적 자산을 토대로 최고의 콘텐츠를 제공할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취임 한 달여, 이미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대 온라인 교육기업인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이 박 교장의 의지에 공감, 전교생에게 기초학력향상을 위한 태블릿PC와 학습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여기에 ‘한국사교육연구협의회(KAPTS)’에서 개인 상담과 진로 컨설팅 로드맵 자료를 지원한다. KAPTS는 연세대 박명희 교수를 회장으로 투모라이즈 임정빈 대표, 지원에듀 황지원 대표, 창공교육컨설팅 김대열 대표, 대치동 교육컨설팅 박인오 소장, (주)에이블 에듀케이션 김성태 대표 등 국내 최고 사교육 전문가와 종사자들이 교육 현안 해결을 위해 설립한 단체다.
박 교장은 “원격수업이나 온라인 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하면, 지리적 약점을 극복하고 고품질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 박 교장은 교직원의 공감을 얻는 과정이 제일 어려웠다고 했다. 다행히 길진 않았다. 학교는 학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간단한 명제와 급감하는 학령인구에 의존했다간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현실 그리고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내세워 함께 가자고 설득했다. 덕분에 이제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료가 됐다.
박 교장은 “교육은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만드는 과정이고, 좋은 학교는 모든 학생이 개인의 가치를 자각하고 소질과 적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곳”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장목중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환경은 열악하지만 짧은 시간에도 변화를 체감하는 학생이 있고, 학부모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응원해주셔서 힘이 난다”며 “학생들이 더 오래 머물고 하루하루 의미 있는 시간 보내며 꿈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딜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더 고민하겠다.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