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 아버지 그리고 사진가 아들의 기록
박병문 작가 ‘폐광-시간이 멈춘 아버지의 기억들’
25일까지 아트스페이스 이신에서 사진전 개최
‘산업화 시대의 심장’ 탄광에 새겨진 기록과 기억
광부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박병문 작가의 탄광 시리즈 ‘폐광-시간이 멈춘 아버지의 기억들’이 25일까지 부산 금정구 장전동 아트스페이스 이신에서 열린다. 아트스페이스 이신은 올 2월 문을 연 문화공간이다.
박병문 작가의 사진 속 시선. 그의 시선을 지배하는 것은 광부였던 아버지의 흔적이며 아버지의 언어이다. 박 작가의 아버지를 통해 관람객은 산업화 과정에 숨겨진 이야기를 마주한다. 탄광은 산업화의 심장이면서 가장 깊이 감춰진 밀실이기도 했다.
이성희 시인은 박 작가의 사진에 대해 ‘두 개의 선로’와 ‘두 개의 갱구’를 이야기한다.
첫 번째 갱구는 감춰진 것에 대한 답사이고 기록이다. 한 시대를 불태웠던 뜨거운 에너지, 혹독한 노동, 소망과 절망이 뒤섞여 사진 위를 떠돈다. 검은 석탄가루의 흔적, 그 속에 담긴 어느 아버지의 시간이 들어 있다.
흉물스럽게 파괴된 샤워장, 2006년 달력과 광부들의 옷이 걸린 모서리, 모두 떠난 황량한 아파트, 버려진 광차의 바퀴 등이 작가의 사진에 남겨져 있다.
두 번째 갱구는 의도치 않게 사진 속에 스며든 것들이다. 이성희 시인은 “박 작가의 시선은 현실과 신화가 만나는 자리에 솟은 고드름과 종유석 같은 신비로운 상징들을 지나서 마침내 막장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곳은 박 작가 아버지의 언어가 끝나는 곳이며 또한 작가의 사진이 다시 시작하는 지점이다.
▶박병문 사진전 ‘폐광-시간이 멈춘 아버지의 기억들’=25일까지 아트스페이스 이신.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