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 9. 인어 자세 [영상]
인어 자세는 양다리를 모아 바깥 방향으로 구부려 앉은 채 양손을 깍지 끼거나 손목을 잡고, 숨을 내쉬며 좌·우측으로 곧게 편 뒤 자세를 얼마간 유지한다. 옆구리 지방을 자극해 허리 라인을 날씬하게 가꿔주고 옆구리 결림을 완화해주며, 척추가 S자로 비틀어진 척추 측만증에도 효과적인 자세다.
인어는 상반신은 사람의 몸, 하반신은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전설의 생물이다. 서양의 인어는 황금빛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라인강에서 배를 향해 노래를 부르는 미녀로 묘사된다. 사람들은 그 미성에 홀려서 노를 놓치고 강바닥에 가라 앉고 만다. 일명 '로렐라이의 전설'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어는 바빌로니아의 물의 신 에아로, 남자의 몸으로 묘사된다. 여체의 인어는 셈족의 달의 신 아타르가티스가 시초다. 이 신은 그리스 아프로디테나 로마 비너스의 원형이 되었다. 그리스에서는 바다의 정령 네레이드나 해신 트리톤도 인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동양에서 인어는 중국의 흡문기(洽聞記), 산해경(山海經) 등에 아름다운 여체로 나타난다. 이와 달리 일본에서는 외관이 추악한 악령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에 인어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인어는 속명이 옥붕어이고 모양이 사람을 닮았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인어는 세계 전역에 전설과 목격담을 남겼지만 실제로 포획된 적은 없는 듯하다. 사람 키보다 큰 듀공(dugon)이라는 포유류가 가슴지느러미로 새끼를 안고 있는 모습이나 해우(海牛)로 불리는 대서양의 또다른 바다 포유류 매너티를 멀리서 보고 착각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지금도 여러 문화권에서 인어를 찾아볼 수 있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문장(紋章)에는 방패와 칼을 든 인어 시렌카가 그려져 있다. 영국의 속령 버뮤다의 수도 해밀턴 시의 문장도 인어 그림을 사용한다. 미국 버지니아 주의 노픽 시(市) 역시 시의 상징으로 인어를 사용한다.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의 별명은 '지중해의 인어'이다. 청록색 바다와 하얀 건물들 때문에 지어진 명칭이라고 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부산시 해운대 동백섬의 인어상은 인도 나란다국의 황옥공주 전설을 담고 있다. 황옥공주가 김수로왕의 왕비인 아유타국의 허황옥 공주라고 보는 향토사학자들도 있다. 부산시 강서구 동선마을에도 소금장수와 인어 이야기가 등장한다. 경남 통영시 수우도에도 인어에 관련된 설운 장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전남 여수시 거문도 녹산 등대공원, 인천시 옹진군 장봉도에도 인어상이 있다.
인어는 대중 매체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 인어공주 에리얼은 에릭 왕자를 짝사랑해 바다의 사악한 마법사를 찾아가고, 사람이 되는 대가로 목소리를 빼앗기게 된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기초로 한 이 작품은 대단한 흥행을 기록하고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작곡상을 수상하며 한때 쇠락의 길을 걷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부활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국내 70년대 영화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에서도 금발의 인어 유리가 해룡의 공격을 받고 정신을 잃은 마루치를 구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데이지(1989)'의 삽입곡이자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에서 물의 님프이자 인어인 여주인공 루살카가 부르는 '오, 은빛 달'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중 '라인의 황금' 악장도 인어와 관련되어 있다.
패션에서 머메이드 드레스는 보디라인을 따라 꽉 조여지다가 아랫단 쪽에서 인어의 꼬리와 같이 넓어지는 형태의 드레스다. 보석 중에 아쿠아마린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인어들에게 선물한 보석이 보석함에서 떨어져 바닷물을 지금 색으로 물들였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스타벅스 커피 체인점의 초기 로고에는 별 아래 왕관을 쓰고 두 갈래 꼬리를 지닌 인어가 등장한다. 타로점에 쓰이는 별카드의 인어에서 따온 것으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한 인어처럼 커피로 사람들을 유혹하여 자주 발걸음하게 만들겠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스타 마케팅은 스타를 따라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한다. 목소리를 내어주고 인간의 다리를 갖는 아픔을 견딘 인어공주처럼 스타의 모습대로 살고 싶은 욕망에 지갑을 열고 광고 속 물건을 사는 형태를 가리킨다. 인어 자세를 취한 채 조용히 호흡을 고르며 전설 속 인어를 떠올려 봄직하다. 구체적으로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속 여자 주인공 심청 역 전지현의 몸매를 꿈꾸어 본들 누가 무어라 하오리까?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