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이 달라졌어요”… 박형준 ‘합리·소통 행보’ 연일 화제
관용차 문을 자신이 여닫겠다는 첫 지침을 내리면서 취임 초기 합리적인 시정 운영 의지를 밝혔던 박형준 부산시장(부산일보 4월 12일 자 3면 보도)이 관행과 비효율을 깨는 합리·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시장은 공직사회에 만연한 ‘의전 문화’를 없애고 일하는 데 시간을 더 쏟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 중이다. 이전과 다른 시장의 모습에 부산시청 직원들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 시장은 먼저 각종 보고서에 대해 손을 댔다.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출력하고, 불필요한 보고서와 서류 치장과 장식도 최대한 없애라고 지시한 것이다. 보고서 내용에 집중하고, 비용도 절감하자는 취지다.
과잉 의전문화 그만!
직원 인사 때 비서 1명만 대동
불필요 보고서·서류 장식 “NO”
시장실도 변화 바람
핵심 묻고 직접 판단 ‘편해진 결재’
간부들 줄서 기다리던 풍경 사라져
효율·배려 코드 중요시
측근에게도 오전 7시 이후 통화
컬러 대신 흑백 출력 ‘비용 절감’
또 부산시청의 모든 회의에서 펜과 메모지를 놓는 ‘펜 접시(트레이)’를 두지 말라고 요청했다. 대신 참석자 각자가 펜과 노트 등을 지참하도록 했다. 부산시에서는 주간정책회의, 확대간부회의, 방역대책회의 등 각종 회의가 매일 수도 없이 열린다. 그때마다 담당 공무원은 이른바 ‘각’을 잡아 책상마다 펜 접시와 명패를 놓는 등 의전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박 시장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도록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일을 시키지 말라”고 간부 공무원들에게 전달했다.
최근에는 박 시장의 이런 생각이 직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선 ‘사건’이 있었다. 취임 직후 바쁜 일정으로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했던 박 시장은 최근 짬을 내어 두 차례에 걸쳐 부산시청 내부를 돌며 직원들과 만났다. 박 시장과 비서 한 명이 사전에 통보도 없이 갑자기 사무실을 찾아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조용히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과 일일이 인사하며 소통하는 시장의 모습은 직원들에게 생소한 것이었다.
통상 신임 시장이 시청 26층부터 전 층을 내려오면서 인사를 하면, 행정자치국장과 의전 담당 총무과장 등 의전 담당 직원들이 몰려들어 계단실 문을 열어 두고, 각 사무실 직원이 미리 사무실 앞에 나와 인사하도록 줄을 세우는 게 오랜 관례였다. 부산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도 이런 관행을 없애는 시장의 모습에 대한 글이 오르기도 했다.
시장실에도 변화가 인다. 시장 결재를 직접 받은 직원들 사이에서 “핵심만 물어본 뒤 직접 판단하고, 소통하면서 배려하는 느낌”이라는 입소문이 나고 있다. 시장실 입구에서 결재를 받기 위해 간부와 직원들이 줄줄이 서 있던 풍경도 거의 사라졌다.
박 시장의 효율 중심 코드에 비서실은 물론 간부와 직원들이 맞춰 나가는 셈이다. 박 시장은 다급한 일이 아니면 최소한 오전 7시가 넘어 측근들에게 전화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시 한 간부는 “최고 시정 책임자의 빠른 판단이 돋보인다”며 “결재받기 전에 그 내용을 정무 조직에서 일일이 보고받고 확인하던 관행도 지금은 사라졌다”고 반겼다. 또 다른 한 직원은 “지금까지 중간 간부들의 충성 경쟁에 따라 과도한 의전이 이뤄진 게 사실”이라며 “합리와 효율을 추구하는 문화가 이번에 정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세익 기자 r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