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kg 쇳덩이에 깔려 스러진 선호 씨 누나 "동생 악소리도 못내고…"
지난달 평택항 하역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300kg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고(故) 이선호(23) 씨의 친누나가 동생의 이야기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댓글로 남겨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자신을 선호 씨의 둘째 누나라고 밝힌 A씨는 6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생 사건 관련 국민청원 독려글에 "이거 내 동생 얘긴데. 아직 믿기지도 않고 실감도 안 난다"며 장문의 댓글을 달았다.
A씨는 "(지난달) 22일 오전까지만 해도 조카들 보고 싶다고 영상 통화하고, 나는 아기들 케어하느라 정신없어서 나중에 또 통화하자고 끊은 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다"며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제 용돈 자기가 벌어서 부모님 손 안 벌리려고 알바했던 거다. 그날도 시험 공부한다고 노트북이며 책 다 챙겨가서 공부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 꿈에도 상상 못했다"고 했다.
이어 선호 씨가 평소 장애가 있던 큰누나를 끔찍하게 잘 챙겼다고 했다. 큰누나는 지난해 말 유방암 판정을 받았는데, 가족들은 그가 충격을 받을까봐 아직 남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 먼저 챙길 줄 알고 아픈 큰누나 잘 챙기는 그런 착한 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A씨는 지금까지 동생 사고와 관련해 책임자의 사과가 없다고 분노했다.
그는 "원청회사는 책임자가 계속 (작업을)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안전모 안 쓴 우리 동생을 탓하고 있는데, 안전모 썼어도 300kg넘는 무게가 넘어졌으면….우리 동생 악 소리도 못 내고 그 자리서 즉사했다"며 "그때 목격자와 증인도 있는데 왜 발뺌하는지, 왜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직 발인도 못하고 2주 넘게 빈소에 부모님하고 동생 친구들하고 신랑이 향 안꺼지게 밤새가며 지켜주고 있다. 며칠 전 한강 사건의 그분도 내 남동생이랑 나이가 비슷해서 마음이 굉장히 착잡하더라"라고 슬퍼했다.
A씨는 또 다른 게시글에서는 "아빠가 현장에서 동생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말을 기사로 봤는데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더라"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사고가 난 순간에 119에 신고도 안하고 윗선에 먼저 '119에 신고할까요'라고 말했다"며 "그러고 한 시간이나 내 동생을 방치했다는 기사를 보고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르고 미칠 지경이었다. 그 어린것이 뭘 안다고, 어른이 시켰으니 그거에 따랐을 뿐인데, 사고가 나니 시킨 적 없다고 말하는 그 인간 말종 쓰레기들"이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A씨는 "많이 도와 달라. 기사가 널리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내 동생 억울한 죽음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안 생기게 사회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며 "(사고에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는 놈들 하루빨리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 꼭 하길 바랄뿐"이라고 적었다.
대학교 3학년인 선호 씨는 2019년 군에서 제대한 뒤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선호 씨는 평택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을 맡은 업체가 다시 인력 위탁을 맡긴 인력업체 소속이었다. 선호 씨가 하는 일은 컨테이너 터미널 동식물 검역소에서 검역 대상 물품들을 운반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선호 씨는 지난달 22일 검역소가 아닌 외부 하역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3월1일부로 검역 별로 분리해 투입되던 인력이 통폐합되는 바람에 선호 씨는 그날 처음으로 개방형 컨테이너(FRC) 날개 해체 작업을 맡았다.
사고 당시 선호 씨는 원청 업체의 요청에 따라 FRC의 안전핀을 제거하고 나무 합판 잔해 정리 등 내부 뒷정리 작업을 수행 중이었다.
지게차를 운전하던 다른 작업자가 선호 씨가 청소하던 반대편 FRC 날개를 접으려 했지만 진동에 의해 선호 씨 쪽 컨테이너 날개가 접혔다. 이 과정에서 선호 씨는 300kg에 달하는 컨테이너 날개에 그대로 깔려 큰 부상을 입게 됐다. 선호 씨는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