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트리플크라운…경마에서 유래된 스포츠 용어는?
프로야구팀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간의 맞대결은 ‘잠실 더비’로 불린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결은 ‘맨체스터 더비’로 부른다. 이처럼 ‘더비’는 가까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더비’라는 용어는 경마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경마에서 비롯된 스포츠용어는 무엇이 있을까.
9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더비라는 용어는 1789년 영국의 더비 백작이 3세마들을 모아 대결시키는 경주를 기획했고, 앱섬다운스 경마장에서 첫 더비경주가 개최된데서 유래됐다. 이는 오늘날까지 ‘앱섬더비’로 이어오고 있다. ‘앱섬 더비’는 1·2차 세계대전 중에서도 멈추지 않았을 만큼 영국인의 자부심이 담긴 대회다.
‘앱섬더비’를 본떠 미국의 ‘켄터키 더비’, 일본의 ‘재팬 더비’, 홍콩의 ‘홍콩 더비’ 등 100여개 국에서 자체적인 더비 대회로 발전시켰다.
미국은 ‘트리플크라운’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한 경주마가 ‘켄터키 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 ‘벨몬트 스테이크스’ 세 경주를 모두 우승하면 ‘트리플크라운’의 영광을 안게 된다.
이는 1930년 미국의 경주마인 ‘갤런트 폭스’가 이들 3개 경주에서 모두 우승한 후, 그의 자마 ‘오마하’가 또다시 1935년 세 경주를 모두 싹쓸이하자 한 스포츠기자가 이를 ‘트리플크라운’이라고 기술한데서 시작됐다.
‘트리플크라운’은 경마에서 유래된 말 중에 가장 폭넓게 쓰이는 단어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연기로 트리플크라운(오스카·에미·토니상)을 달성하거나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할 때 매출·영업이익·영업이익률 모두 최대치를 기록하면 트리플크라운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시즌 내내 1등을 차지하며 우승을 했을 때 ‘와이어투와이어(wire-to-wire)’ 우승이라고 한다. 특히 골프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로, 골프 경기의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고 우승하는 것을 뜻한다. 경마에서도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을 ‘와이어투와이어’라고 한다.
이 용어는 1700년대 영국의 경마 경기에서 우승자를 판별하기 위해 출발선과 결승선에 철사(와이어)를 설치한데서 유래됐다.
올해 1월 한국마사회 소속 경주마 ‘닉스고’가 미국 ‘페가수스 월드컵’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하기도 했다.
상대선수의 실격 또는 부상으로 인한 기권승을 ‘워크오버’라고 부른다. 이 역시 경마에서 유래됐다. 경마에서는 경주에서 단 한 마리만 남더라도 코스를 완주해야 한다. 끝까지 경주로를 걸어야하기에 이 규정을 ‘워크오버’ 라고 부른다.
18세기 전설적인 경주마 ‘이클립스’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무려 8차례나 워크오버를 기록했다. 상대 경주마들이 패배를 직감하고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