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항해 장치와 똑같은 ‘시뮬레이터’로 생생한 교육한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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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취항 부경대 실습선 ‘백경호’

지난달 23일 취항한 수산계 최대 실습선 ‘백경호’ 전경. 정대현 기자 jhyun@ 지난달 23일 취항한 수산계 최대 실습선 ‘백경호’ 전경. 정대현 기자 jhyun@

우리나라 경제에서 대외 무역 의존도는 70.4%에 이른다. 특히 3면이 바다라는 특성상 수출입화물의 99.7%가 해상에서 운송된다. 최근에는 세계 각국이 단백질 공급의 원천으로 바다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등 수산자원의 확보·관리 또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선박 운항에 필수인 양질의 해기사 양성도 굉장히 중요해졌다. 부산에는 국내 수산계 최대 실습선을 보유한 부경대와 해양계 최대 실습선을 운용하는 한국해양대가 해기사 양성 요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수산계 최대 규모… 조타기 등 실습

카페 같은 강의실·쾌적한 학생 침실

어구 전개판·어로관측장비도 ‘장착’

실제 그물 내리고 잡은 어획물 처리

선박 기관·해양 관측 교육도 실시


■바다위 흰 고래, 백경호

지난 4일 오후 부산 남구 용호만매립부두. 올 4월 23일 취항한 부경대 해양실습선 ‘백경호(3997t)’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의 흰고래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먹구름으로 잔뜩 뒤덮인 날씨 탓인지, 백경호의 하얀 몸이 더욱 거대해 보였다. 항해 경력만 19년차인 백경호의 김동수 항해팀장(1등항해사)은 이날 취재진을 이끌고 백경호 구석구석을 소개했다. 짧은 머리에 검은 제복 차림의 김 팀장에게서 바다 사나이의 기풍이 물씬 풍겼다.

김 팀장이 취재진을 처음으로 소개한 곳은 백경호 선교(브리지) 옆에 자리한 ‘시뮬레이터(모의조정장치)실’. 시뮬레이터실에는 실제 선박 항해장치와 똑같은 조타기·엔진컨트롤러 등이 설치돼 있었다. 학생들은 해당 장치를 조종하면서 동시에 모니터를 보며 항해 연습을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28년간 운항을 마치고 퇴역한 부경대의 해양실습선 ‘가야호(1737t)’는 백경호 규모의 절반에 불과해 시뮬레이션 교육이 불가능했다. 백경호의 선교도 가야호보다 배 이상 넓기 때문에 실습생 10명이 한꺼번에 들어와도 교육에 지장이 없다.

김 팀장은 “백경호의 가장 큰 장점은 시뮬레이션 장치를 완비해 항해 교육이 더욱 수월해졌다는 점이다”면서 “책임 사관 지도하에 선박의 단순 기기 조작 정도는 가능하지만, 실제 운항은 무리이기 때문에 시뮬레이터는 이를 보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새로 건조한 선박답게 백경호의 강의실과 학생 침실도 쾌적했다. 2개의 강의실은 식당으로도 사용되며, 학생 120명이 교육받을 수 있다. 벽면에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조명을 달아 카페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학생 침실은 모두 28개로 4인실과 2인실 두 종류로 구성됐다. 가야호의 6인실에 견줘 침실 조건도 개선된 것이다. 학생들은 실습 기간 동안 백경호의 피트니스클럽에서 운동도 할 수 있다.


선교 내부 모습(사진 위)과 트롤 어구와 해양관측 장비가 탑재된 백경호의 선미. 정대현 기자 jhyun@ 선교 내부 모습(사진 위)과 트롤 어구와 해양관측 장비가 탑재된 백경호의 선미. 정대현 기자 jhyun@

■항해 실습부터 트롤 조업까지

부경대 해양실습선 백경호는 해양수산부의 해기사 지정 교육기관으로 졸업 후 선박의 항해사, 기관사가 되려는 학생들의 승선 실습을 담당하고 있다. 실습 교육은 △항해실습 △기관실습 △어로실습 △해양관측 실습 등 크게 4가지다. 항해실습은 항해와 통신, 조선, 선박운용 등과 관련된 교육과정으로 구성됐다. 기관실습을 통해 선박 주기관과 보조기기 등 다양한 기관 관련 내용을 배울 수 있다. 해양관측 실습 때는 해양관측 장비(CTD)를 운용하면서 각종 해양정보를 파악한다.

백경호는 특히 졸업 뒤 어선항해사가 돼 원양어선에 승선하는 학생을 위한 어로실습도 진행한다. 백경호의 선미에는 트롤어선처럼 어구를 펼칠수 있는 전개판이 장착돼 있다. 학생들은 어로관측장비를 다루고, 실제 그물을 내린 뒤 건져올린 어획물도 처리한다.

김 팀장은 “어업실습선의 장점 중 하나가 상선계열 실습선과 달리 실습 기간 동안 물고기를 직접 잡아서 요리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면서도 “물론 그물을 올려보면 물고기보다는 쓰레기가 더 많다”며 멋쩍게 웃었다.

백경호는 올 6월에 한 달 동안 진행될 예정인 연근해 실습을 위해 출항한다. 백경호는 원양실습까지 가능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아 여의치 않다. 과거 가야호의 경우 가까운 중국과 일본은 물론, 러시아, 필리핀, 괌까지 실습을 나간 경우도 허다했다. 꼭 출항하지 않더라도 정박된 상태에서도 다양한 교육이 이뤄진다. 백경호에서 365일 중 360일은 교육이 진행된 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김 팀장은 “백경호에서 방학 때 지역 초등·중학생을 위한 ‘여름해양학교’도 진행된다”면서 “최근에는 영화 촬영 문의도 자주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바다의 무궁무진한 가치 낚는 실습선

국내에서 해양실습선을 보유한 대학은 부경대와 한국해양대, 경상국립대, 전남대, 목포해양대, 군산대, 제주대, 강원도립대 정도다.

부경대는 최근 건조된 백경호와 함께 2014년 건조된 해양탐사선 ‘나라호(1500t)’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해양대도 해양계 최대 실습선인 ‘한나라호(9196t)’와 ‘한바다호(6686t)’ 2척으로 해양실습 교육을 진행 중이다.

한국해양대의 해양실습은 상선 운용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해양대의 해사대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1년 동안 승선실습을 하게 되는데, 실습선에서 생활하면서 교육을 받는다. 특히 우수한 교수진과 교육시스켐, 각종 첨단 시설을 보유해 탄탄한 해양실습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게 한국해양대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양질의 해양실습은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밑거름이 됐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백경호 김동수 항해팀장은 “우리나라의 해기사 양성 지정교육기관 대학은 국제협약(STCW)과 국내법에 따라 ‘해기품질관리체제’를 수립·유지하고 있다”면서 “해양실습 부문에서는 다른 해양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실습생 안전 확보 등 보완·개선돼야 할 부분도 없지는 않다. 한국해양대는 지난해 발생한 외항선 실습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안전 확보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한국해양대 측은 “지난해 사고 이후 실습선원의 권리 보호를 위해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승선실습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운영 실태점검은 물론 위반 때 처벌규정 내용도 반영해 실습선원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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