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갈등으로 얼룩진 한 달… 예고된 전격 경질
롯데 허문회 감독 경질 배경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이 2019년 11월 롯데 사령탑에 오른 지 약 1년 6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포수 지시완 출전 배제 의혹으로 논란이 시작된 지 31일 만이다.
아직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은 시즌 초반이어서 허문회 감독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감독 선임과 해임은 구단주인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결정사항이라는 점도 경질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지시완 배제’ 두고 논란 시작
‘주전만 중용’ 경직된 팀 운영
한 달 새 세 번이나 야수가 투수
내부 이견 노출 경솔함도 원인
꼴찌 추락에 지도력 의심 커져
삼성전 부진 수뇌부 최종 결단
그러나 롯데에 등을 돌리는 야구 팬들이 점차 늘어나는 등 이상기류가 확산되자 구단 수뇌부와 롯데 그룹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허 감독의 마지막 시험대였던 지난 주말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도 1승 2패로 부진을 면치 못하자 롯데가 최종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허문회 감독의 팀 운영 방식은 그동안 성적 부진과 맞물려 연일 비판의 대상이었다. 일부 주전에 집중된 선수 기용, 한발 늦은 작전 지시, 구단 프런트와의 마찰과 이를 함부로 외부에 노출하는 경솔함까지 지난해 취임 1년 차부터 시작된 허 감독을 둘러싼 잡음이 연이어 재조명됐다.
허 감독은 지난해에도 성민규 단장을 공개 석상에서 비난하는 등 지나친 ‘내부 총질’로 도마에 올랐다. 허 감독은 지난해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내년에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변화를 다짐했지만 올해도 딱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올 시즌 개막 직후부터 이어진 논란의 시작은 포수 지시완이었다. 타 구단에서 드문 3포수 체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유독 지시완만 출전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선수 왕따’ 의혹이 제기됐다.
심지어 지시완은 지난달 6일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결승 2루타를 치며 팀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그 이후 한 번도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통상 후보 선수라도 경기에서 활약한 선수는 상승세를 이어주기 위해 다음 경기에 중용한다. 팀 전체의 사기 측면에서도 다른 후보 선수들이 “나도 잘하면 주전이 될 수 있다”는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의 갈등이 재점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성 단장이 트레이드로 데려온 지시완이 갈등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수들의 기량 하락, 부상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허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 부호가 붙었다. 특히 일부 주전 선수들에게만 무한 신뢰를 보냈다. 이는 과부하에 따른 부상으로 되돌아왔다.
최근에는 우완 투수 최준용이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최소 8주간 결장이 불가피하다. 불펜 필승조로 활동한 최준용은 총 14경기에 투입됐다. 이 가운데 멀티 이닝이 5번, 20개 이상 공을 던진 경기도 8번이나 된다.
주전들의 피로가 쌓인 반면 스프링캠프 기간 기량을 끌어올린 백업 멤버는 실력을 뽐낼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백업 멤버는 패색이 짙은 경기의 ‘패전처리용’으로 주로 활용했다.
더욱이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 막판, 전문 투수 대신 야수를 마운드에 올린 경기가 시즌 개막 한 달 동안 세 경기에 달한다. 한 시즌에 한 번 나오기 어려운 진풍경이 한 달 만에 세 차례나 반복되자 진귀한 기록도 나왔다. 김민수와 배성근은 KBO 역사상 삼진을 잡은 첫 야수가 됐다. 강태율은 해태 김성한 이후 39년 만에 ‘등판 다음날 홈런’을 기록했다.
다음 경기를 위해 투수를 아끼겠다는 구상이지만 스포츠정신과 팬심을 고려할 때 가급적 지양해야할 고육지책이다. 특히 전문 투수가 아닌 야수들의 투구는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반복된 감독의 ‘백기투항’과 백업 선수의 패전처리식 출전이 팀의 사기를 끌어내려 결국 롯데가 꼴찌로 내려앉는 주된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