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특공 아파트
“염불보다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 맡은 일엔 정성을 안 쏟고 잇속에만 매달리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른 말이다.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자주 목격된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 선도프로젝트로 세종 행정수도 정책을 추진했다. 수도권 이기주의에 밀려 두 번에 걸친 위헌소송과 국론 분열 끝에 2010년 세종시법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수도권 집중 해소와 헌법에 보장된 지역균형발전’이 목적이었다. 국가중추관리기능 분산으로 ‘서울=중심, 지방=주변’이라는 고정된 인식을 해소하자는 속내도 있었다. 현재 22개의 중앙행정기관 및 22개의 소속 기관, 15개의 국책연구기관 및 4개의 공공기관 등이 이전했다.
하지만, 세종으로 공공기관 직원들이 옮겨 가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려는 ‘특별공급(특공) 아파트’ 정책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국가균형발전’은 빛바랠 위기에 처했다.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서울 아파트를 지키면서 분양 받은 지방 특공 아파트에서 임대 소득과 시세차익을 거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지난 8년간 감면받은 취득세만 319억여 원에 이른다. 대전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은 유령청사를 세우고, 절반이 넘는 직원들이 수억 원의 특공 아파트 차익을 거뒀다고 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은 세종에서 특공만 받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 ‘먹튀 특공’이란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특공 재테크’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과했을 정도니….
여기뿐일까? ‘지방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 등에 관한 법’에 따라 특공 혜택이 주어진 부산, 대구 등 혁신도시도 뒤져 보면 유사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서울 공무원들이 헌법에 보장된 국가균형발전(염불)을 입으로만 외는 이유가 ‘급등한 집값’ 불로소득(잿밥)을 노린 때문이 아닌지 궁금하다. 월급으로 서울에서 살고, 특공으로 지방에서 일생일대의 부를 축적한 셈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균형발전 비전’을 선포했다. 하지만, 특공 아파트 사건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지역균형발전에 ‘대못’을 박고자 했던 국정 철학은 오간 데 없고, 무주택 서민을 울리는 ‘서울 아전’들의 천박한 잔칫상만 너부러져 있을 뿐이다. 돈에 무릎 꿇은 공직자들이 할퀸 대한민국이 안타깝다. 무엇이 헌법 정신이고, 무엇이 공정인가?
이병철 논설위원 peter@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