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71. 클로이 앤 할리 'Ungodly Hour'
아이가 잠들기 전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일상이 된 지 저도 꽤 오래되었는데요. 제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이 여전히 현재에도 아이들에게 소개되고 있다는 생각에 신기하기도 합니다. 또 그간 새로이 등장한 흥미진진한 동화책 이야기를 아이에게 읽어주다 보면 어느덧 제가 내용이 더 궁금해 집중하게 되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가끔 동화책들의 메시지가 현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가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번역의 이슈라던지 실제 원문과의 내용과 다르게 편집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그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어른들의 시선은 과연 지금 적절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은 저 스스로에게도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아이에게 어른들이 어떤 이야기를 전해 주어야 할까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디즈니에서 인어공주를 새롭게 실사로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저 역시 기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뉴스가 특히 꽤 이슈가 되었던 것은 주인공 캐스팅에 관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할리 베일리라는 배우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 때문이었지요. 결과적으로 기존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어공주와 다른 머리와 피부 색깔을 가진 주인공이었기에 많은 사람에게 화제이자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것인데요. 캐스팅의 이유가 단순한 기사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것이 배경이 되었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영화가 어떻게 탄생할지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시대 어른들의 동화는 또 다른 세대로 이어지고 있기에 시대를 넘어서는 동화의 이야기는 반드시 어른들이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 그 점검과 변화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능동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전달해야 할까 하는 책임은 어른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화제의 주인공인 할리 베일리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알엔비 듀오 ‘클로이 앤 할리(Chloe x Halle)’의 멤버이자 뮤지션입니다. 이들은 클로이 베일리 그리고 할리 베일리 이렇게 두 사람의 가족으로 이루어진 그룹인데요. 비욘세의 전폭적인 지지로 화제가 되었던 이들의 데뷔는 2018년 그래미 신인상과 베스트 어반 컨템포러리 앨범 부문에 오르며 세간의 화제가 되었죠. 이들은 올해 전통적 리듬 앤 블루스 실연 부문과 진보적 리듬 앤 블루스 앨범 부문 등 2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새로운 시대의 리듬 앤 블루스를 이끄는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이들의 2020년 앨범 ‘Ungodly Hour’는 오랜 리듬 앤 블루스의 팬과 지금 시대의 새로운 팝 팬 모두를 사로잡을 만큼 무척 매력적입니다. 특히 4번 트랙 ‘Do It’은 발표되자마자 수많은 음악팬을 단숨에 사로잡은 필청트랙이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