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튼 감독 취임 한 달, ‘서툰 감독’ 딱지 떼기엔 아직…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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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래리 서튼 감독이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이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5월 2일 한화 이글스와 3연전 ‘싹쓸이’ 패배를 당하며 리그 최하위로 추락한지 정확히 1달이 지났다. 충격파는 컸다. 허문회 감독이 전격 경질되고 2군을 담당하던 래리 서튼 감독이 취임했다.

시즌 중 감독 교체라는 극약처방에도 꼴찌 탈출은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지난달 29일 NC 다이노스 1차전은 9-0으로 다 잡은 듯 보였지만 결국 10-10으로 끝내는 등 팀은 극심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취임 후 4승 1무 11패 ‘부진’

감독 교체에도 꼴찌 탈출 못 해

주축 선수 연쇄 부상 이탈 악재

젊은 선수 성장 기회 부여 성과


취임 뒤 1일까지 성적은 4승 1무 11패로 여전히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지만 서튼 감독은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지금의 패배 역시 팀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취임하면서 “인내심을 가져달라”라는 말을 던지고 시즌 준비를 다시 시작하는 수준의 팀 재건에 돌입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뜻이다.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만난 서튼 감독은 여전히 자신감에 넘쳤다. 현재 팀을 (제대로) 만드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튼 감독은 “나도 이기고 싶다. 하지만 챔피언십 문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스포츠도 인생이나 사업과 비슷하다.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에 가득 적은 메모를 꺼내 보이며 “팀의 장점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최근 롯데 부진의 상징이 된 NC전 ‘9-0 대역전 사건’에 대해서도 서튼 감독의 시각은 다르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튼 감독은 “끝까지 한 팀으로 (뭉쳐) 싸우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포기하지 않고 동점을 만든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늘어난 부상은 고민거리다. 투수 최준용과 이승헌이 부상으로 이탈한데 이어 팀의 중심타자인 이대호도 근육 부상으로 이탈했다. 최근에는 구원투수 구승민이 경기 중 어깨에 이상을 느껴 교체를 요청했다.

서튼 감독은 “변명하고 싶지 않지만 요즘 부상이 많다”면서도 “이같은 현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누군가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 팀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요한 경험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군에서 육성을 담당했던 서튼 감독은 주전들의 공백을 젊은 선수들의 성장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투수 송재영, 김도규, 최영환을 불러들여 1군 경쟁력을 확인했고 추재현도 롯데 타선과 수비진을 채울 차세대 주전감임을 증명했다.

서튼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롯데는 1일 키움 1차전에서 ‘서튼 키즈’들이 맹활약, 3-0으로 이기며 6연패 사슬을 끊었다. 추재현과 지시완이 솔로포를 날려 타격감을 뽐냈다.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바꾸는 모험을 했던 나균안이 무실점 투구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당장 극적인 반전은 어렵지만 ‘서튼 롯데’가 팀 재건을 향한 느리지만 묵직한 한걸음을 내딛고 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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