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엑스포, 그게 뭐냐고요?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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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익 사회부 행정팀장

“엑스포, 그거 하기로 된 거 아닙니까?”

이렇게라도 묻는 이를 만나면 꽤나 반가운 마음이 든다. 오가며 만나는 부산시민들은 ‘2030부산월드엑스포’에 대해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나라에서 알아서 하겠지’라는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이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선언한 부산

부산시장 파리행, 공식 유치전 본격 돌입

2023년 현장실사 등 준비 부족 목소리

부울경 미래 ‘필수템’ 엑스포에 전력해야


부산월드엑스포는 어렵사리 국가사업으로 지정됐다. 가덕신공항 특별법 추진 과정에서도 부산엑스포 유치는 큰 명분이 됐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민간 유치위원장을 선임하려고 청와대와 정부, 부산시까지 전방위로 뛰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달에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로 날아간다. 부산시민의 엑스포 유치 의지를 전달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지금 부산은 엑스포 유치를 계기로 세계적인 글로벌 도시로 부상하느냐, 아니면 그저 그런 동북아시아의 대도시 수준에 머무느냐 중대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엑스포에 다소 무덤덤한 듯하다. 부산·울산·경남권의 미래가 달린 엑스포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왜,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부산엑스포 유치 사업은 2014년 시작됐다. 2015년 진행한 100만 명 서명운동에 139만 명이 동참하는 등 분위기가 타올랐다. 그런데 2019년 기획재정부가 타당성을 인정해 국가사업이 되자 점차 열기는 미지근해졌다. 유치 신청도 하기 전에 ‘국가사업이 됐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도감이 찾아온 것이다.

무엇보다 부산의 청년층도, 기성세대도 삶에 여유가 없다. 코로나19로 당장 취업,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먼 미래에 할지, 안 할지도 모를 일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한다. 또 일부 시민들은 ‘유치 가능성도 낮은 엑스포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추진한다고 난리인 것 아니냐’는 반응도 보인다.

이처럼 부산엑스포가 대체 뭐냐고 묻는 분들에게 좀 쉬운 설명이 필요한 듯하다. ‘세계박람회’라고도 불리는 등록엑스포는 과거 대전이나 여수가 주최했던 인정엑스포와 차원이 다르다. 쉽게 말하자면, 인정엑스포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혹은 아시안게임 정도라면 등록엑스포는 세계인의 축제인 하계올림픽에 해당한다.

도시 브랜딩, 경제 효과, 투자 등 개최 규모 면에서도 차원이 다르다. 6개월 동안 200개국에서 5000만 명이 부산을 찾을 것이라 예상한다. 인정엑스포는 3개월, 등록엑스포는 6개월간 진행된다. 참가국이 국가관을 짓고 독창적인 기술을 활용한 전시관 연출로 자국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부울경에서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설비 등을 동원한다. 각국이 국가관에만 1조 5000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니 파생되는 경제 효과도 엄청나다.

그래도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2015년 산업연구원이 엑스포 유치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위해 부산시민 인지도를 조사했는데, ‘엑스포에 대해 안다’는 응답이 2.5%가량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2017년 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에서 35% 안팎으로 인지도가 올랐다. 지난해 말 진행한 부산엑스포 수요예측 조사에서는 58%안팎으로 뛰어올랐다고 한다. 엑스포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된다면 시민들이 다시 일어설 것이 분명해 보이는 대목이다.

혹자는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 2035 엑스포에 재도전하면 된다는 이야기도 한다. 하지만 부산이 필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다시 부산에 2035년 엑스포 유치 신청을 할 기회를 준다는 보장이 없다. 여러 경쟁 도시가 2035 엑스포를 노릴 공산이 크다. 땅도 사라진다. 2030년 유치에 실패하면 북항재개발 2단계 부지는 다른 시설이 들어차게 된다. 당초 엑스포 개최지로 거론됐던 강서구 맥도 일대는 대규모 공원도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당장 경쟁력 있는 유치위원장이 선임됐다고 해서, 또다시 마음을 놓는 일을 반복해선 안된다. 경제계와 정부, 부산시가 체계를 갖추고, 부산시민까지 힘을 합해 최대한의 상승효과를 내야 유치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제 2023년 2월 BIE의 현장 실사까지 1년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유치계획서와 실사를 위해 준비해야 할 숙박시설, 관광 인프라 계획 등 할 일이 태산이다. 민·관 모두에게 시간이 너무 없다.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해 부산시민이 똘똘 뭉치자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이 너나 없이 나섰던 것처럼, 부산시민의 저력을 보여줄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run@busan.com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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