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 이제 그만” 친문도 ‘조국 지우기’ 동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3일 “민주당과 조국 전 장관은 이제 각자의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전날(2일) 자신의 사과 발언을 둘러싼 ‘여진’을 조기에 정리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조 전 장관을 엄호하던 친문(친문재인) 의원들도 송 대표 발언을 존중하며 지도부의 ‘조국 지우기’ 전략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여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할 말이 없지 않겠지만, 더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시 ‘조국의 늪’에 빠지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당내에서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조국 사과” 송영길에 들끓던 친문
당내 자중지란 조기 정리 공감대
김용민·윤건영도 “지도부 존중”
조국, 박용진 비판 등 메시지 계속
일부 강경파 여전히 송 대표 비난
지도부 ‘대 윤석열 공세’로 전환
소위 강성 친문 지지를 받는 김용민 최고위원도 이날 “제3자인 당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 사과를 한다는 것은 잘 맞지 않는 부분”이라면서도 “송 대표가 발언하신 내용을 보면, 충분히 그 정도는 얘기할 수 있다는 평가들도 상당히 많이 있긴 있더라”고 했다. 전날 전면 비판적인 태도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며 송 대표의 숨통을 터 준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도 “당 대표의 판단을 존중한다. 대표로선 전체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난 민주당 초선 모임 ‘더민초 소속’ 의원 68명도 조 전 장관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꺼내지 않았다.
여권 대선 주자들의 부담도 한결 가벼워진 모양새다. 조 전 장관 관련 논란에 언급을 자제하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송 대표 사과 이후 언론에 “당 대표자께서 입장을 내셨으니 저는 당원으로서 당 대표자, 현 지도부의 입장을 존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당 지도부의 고민과 충정을 이해한다”며 “이제는 미래를 더 말해야겠다. 국민의 삶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행동으로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송 대표 발표를 존중한다”고 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입장 정리 요구에 다소 곤혹스러웠던 대선 주자들 입장에선 송 대표 사과를 ‘핑계 삼아’ 여유를 찾은 셈이다.
다만 조 전 장관의 메시지 발신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송 대표 사과 등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에 대한 ‘강경파’의 불만이 계속 노출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조 전 장관은 당장 박용진 의원의 이른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천거’를 놓고 직접 신경전을 벌였다. 조 전 장관은 트위터에 박 의원 관련 기사를 캡처해 올리며 “이분은 왜 이런 부정확한 말을 하실까”라면서 “책을 읽어 보시면 좋겠다”고 했다. 박 의원이 “윤 전 총장을 검찰총장직에 추천한 분이 조 전 장관이 아니냐. 그(에 대한) 반성도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한 것에 대한 응수다.
당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이날도 당원 게시판에는 송 대표를 공개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송 대표 사과를 염두에 두고 “분명한 느낌은 조국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른바 꼬리 자르기 느낌”이라며 “민주당이 도망가면 국민의힘이 받아들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곤혹스러워도 정면으로 붙어야 한다”고 했다.
여권 지도부도 이런 분위기를 고려한 듯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정조준하며 ‘조국에서 윤석열로’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모습이다. 새로운 ‘공동의 적’을 만드는 전략으로 비친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에너지를 윤 전 총장 공세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송 대표가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만 사과하고 윤 전 총장에게 역공을 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여권에선 윤 전 총장의 ‘장모가 10원 한 장 피해 준 적 없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당 회의에서 윤 전 총장 장모 혐의를 나열하며 “장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는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며 “특히 대통령 후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렇고 얼마 전까지 검찰총장이었으면 더더욱 문제가 크다”고 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