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이건희 미술관’ 입지 공모하자”
부산시가 ‘이건희 미술관’ 건립을 공모 방식으로 추진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부산, 대구 등 30곳에 가까운 지자체가 유치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공론화 과정 없이 입지가 수도권으로 정해진다면 전국적인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에 유치 의사와 함께 건의
수도권 일방 결정 땐 반발 거셀 듯
부산시는 3일 김명수 문화예술과장이 문화체육관광부를 방문해 부산시의 유치 의사와 공모 방식에 관한 의견을 전달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 의사를 처음으로 밝힌 지자체는 부산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 북항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이미 건립 중”이라며 “이건희 미술관이 이와 나란히 들어선다면 세계적 문화 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대구시, 인천시, 진주시, 의령군, 여수시 등이 이건희 회장과의 학연, 혈연, 지연 등을 내세워 유치 의사를 밝혔다. 부산시와 문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유치 의사를 밝힌 지자체는 30곳에 이른다. 특히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1일 이건희 미술관을 대구로 유치하면 건축비 2500억 원을 시비와 시민 성금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황희 문체부 장관이 “많은 국민이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보하는 게 정부의 도리”라며 수도권 건립을 시사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최근에는 문체부가 서울시에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문의하면서 지자체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문화예술 분야의 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하는 문체부가 오히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강화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문화시설의 36% 이상이 수도권에 있고, 특히 미술관은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있는 실정이다.
문체부는 이달 중 이건희 미술관 설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입지 선정 방식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공모 절차 없이 장소를 정한다면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며 “이를 고려해 문체부도 이달 중 전문가 공청회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건희 미술관의 입지 결정 과정은 중앙정부가 지방을 어떻게 보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라며 “우리가 보유한 문화의 힘을 수도권만이 아닌 전 국토로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