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처우 미흡… 코로나 최일선서 쓰러져 가는 간호직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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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의 한 요양병원이 코호트 격리 때 10개 구·군 보건소에서 차출된 간호사들이 단체로 검체 채취를 위해 준비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부산의 한 요양병원이 코호트 격리 때 10개 구·군 보건소에서 차출된 간호사들이 단체로 검체 채취를 위해 준비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보건소에서 일하는 간호직 공무원 A 씨는 요일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1년 6개월 째 주말 없이 나와 선별검사소에서 일한 탓이다. 계약직 공무원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이면 A 씨는 더 숨이 가쁘다. 달랑 2명 있는 간호직 공무원 앞으로 수백 명 늘어선 검사 신청자를 받고 있으면 혼이 날아갈 지경이다.

평일이라고 크게 나을 것도 없다. 동료 간호직 공무원과 함께 하루 할당된 150여 명의 접촉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자가격리 통지서를 보내면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쉴 새 없이 주말 근무·야근

비중 있는 업무도 도맡아야

계약직 늘어도 업무 분담 한계

수당도 계약직·타 직종보다 적어

늘어나는 보건의료 수요 감안

인력 충원, 근무환경 개선해야


이 같은 업무는 늘 간호직 공무원의 몫이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민감한 사안이나 감염 위험이 큰 업무를 계약직에게 맡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A 씨는 “간호직 공무원이 보건소부터 코로나 관리까지 전부 도맡다 보니 다들 지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직 사회가 과부하를 호소하는 가운데 최일선에 배치된 간호직의 처우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부산 간호사회에 따르면 5월 기준 부산시 내 보건소 간호사 973명 가운데 정규직은 413명(42%), 계약직은 560명(58%)이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지친 정규직이 휴직이나 병가 등을 내자, 부산시가 계약직을 우선 투입하면서 계약직 간호사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보건소 내 계약직 간호사의 증가가 실질적인 업무 분담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다수 보건소에서는 기존의 간호직 공무원 인력으로만 주말이나 야근 등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계약직 간호사들의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각 구·군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1년여 단위로 계약직 공무원들이 교체되는 탓에 검체 채취와 같은 반복 업무 이외 비중 있는 업무는 죄다 간호직 공무원의 몫이다.

이 같은 ‘업무 쏠림’이 보건소 내 고질적인 문제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치매예방 관리 사업, 난임부부 지원사업 등 보건의료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코로나19나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발하면서 간호사의 업무는 급증해왔다. 그에 반해 보건소당 간호사 인력은 1995년 12.5명에 비해 2018년 19.5명으로 고작 7명가량 늘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동구 보건소의 한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격무에 시달린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한다.

간호직 공무원의 수당도 다른 직종에 비해 낮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소의 경우 간호직 공무원은 의료업무수당으로 월 5만 원을 받는다. 이는 34년째 동결된 금액이다.

보건소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극에 달하자 현장에서는 간호직 공무원의 처우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뒤늦게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파견된 계약직 직원들보다 낮은 처우가 대표적이다. 예방접종센터의 경우 구인난에 파견직 일일 수당이 25만 원까지 치솟았지만, 간호직 공무원은 비상근무수당이 6만 5천 원에 불과하다. 일선 간호직 공무원들이 ‘이럴 거면 공무원이 괜히 됐다’며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유다.

부산 보건간호사회 여현주 사무처장은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은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간호직 공무원의 인력 충원과 근본적인 처우개선 없이는 보건소 근무환경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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