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산재 없는 안전한 일터' 공염불에 그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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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오후 4시 26분께 부산 사하구 한 조선소에서 선박 수리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1.5m 높이에서 떨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노동자는 철판 절단 작업 중 잘린 철판(가로 1.5m, 세로 1m)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으며, 허리와 얼굴에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월 18일 오후 4시 26분께 부산 사하구 한 조선소에서 선박 수리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1.5m 높이에서 떨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노동자는 철판 절단 작업 중 잘린 철판(가로 1.5m, 세로 1m)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으며, 허리와 얼굴에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최근 부산의 일터에서 산업재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만 55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데 이어 올해 1~4월 숨진 노동자 숫자만 14명에 이른다. 특히 추락, 끼임 사고 등 후진적인 산재 사망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다. 사고 현장 대부분도 내년 1월 본격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서 제외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인 영세 수리조선소와 건설 현장,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항만물류 업체가 많은 항만 배후부지 등이어서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해 55명, 올해 1~4월 14명 사망

전담반 설립, 상시대응체계 구축 시급


실제로 지난 6일 부산 사하구 한 조선소에서 선장이 선박 위 구조물에서 와이어를 고정하려다, 발 지지대가 빠지면서 9m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기장군 음식물폐기물 처리업체에서 홀로 새벽에 기계를 정비하던 30대가 오수에 빠져 숨졌다. 부산신항 배후부지 국제물류센터에서 30대 일용직은 신호수가 배치되지 않은 채 하역 작업을 하던 42t 지게차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안전 덮개나 지지대, 추락 방호망, 안전대, 현장 통제 등 필수적인 안전 조치만 제대로 했더라면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생명이었다. 사고 이후에도 노동자들이 똑같은 위험에 노출된 채 일을 하고, 똑같은 참변이 되풀이되고 있다.

산업 재해 예방에 책임이 있는 부산시는 지난해 5월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자 건강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1년간 개점 휴업 상태다. 노동안전센터 설립과 산업재해 실태 수집·분석 등 주요 사업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시작조차 못 했다고 한다. 지난달에서야 현장 안전 점검을 하는 노동안전보건지킴이 13명을 위촉했지만, 부산의 올해 관급공사 1000여 곳 중 5% 이하만 모니터링할 수 있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또한, 부산 전체의 산재 예방업무를 시 공무원 1명이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부산시가 산재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노동계는 “지난해 55명이 죽고 나서도 변한 게 없다”고 절규하고 있다. 허무한 죽음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실질적인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수시로 공언한 부산시는 전담반 설립 등 중대재해 상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산재 예방을 위한 지속가능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산재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체계적인 예방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기를 바란다. 매일 수많은 국민이 목숨을 걸고 일터로 가야 하는 모순된 현실을 바로잡는 데 부산시가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가볍게 여기는 풍토에서는 ‘행복한 도시 부산’은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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