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 조성해 기도비 44억 원 뜯어낸 무속인 (종합)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무속인이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 올렸던 홍보 사진. 부산진경찰서 제공 무속인이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 올렸던 홍보 사진. 부산진경찰서 제공

지난해 8월 경기도 의정부에 거주하는 A 씨는 “정성을 다해 점사를 봐드린다”는 SNS 광고를 보고 부산의 한 무속인 B 씨를 찾았다. B 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신뢰가 생긴 A 씨는 경기도에서 부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러나 B 씨는 A 씨를 보자마자 “무당 팔자를 타고 태어났다”며 “계속해서 힘든 일이 생길 것이니 기도 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집안 흉사” “자녀가 무당 팔자”

40여 명 대상 700회 나쁜 짓

경찰, 피해 커 사기죄 적용 구속


불안해진 A 씨에게 B 씨는 1년에 10명 한정인 백일 보시기도를 제안했다. 보시기도는 운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상대로 해주는 기도로, 기도비를 받았다가 기도가 끝나면 다시 돌려주는 것이 관례다. B 씨는 “백일 동안만 법당에 기도발을 높이는 현금을 올려놓고 기도를 마치면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가진 것이 차뿐이라는 A 씨에게 B 씨는 신용카드와 주거래 은행 등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이후 B 씨는 A 씨의 신용 정보로 대출한도를 확인해 대신 대출을 받기까지 했다. 이렇게 받은 대출 금액만 ㄱ은행에서 3200만 원, ㄴ카드사에서 2000만 원, ㄷ카드사에서 2000만 원이다. 5개월 후 A 씨가 올린 기도비는 총 8900만 원으로 불어났다. B 씨가 대출이자를 대신 내준 것을 제외하면 A 씨는 이 중 한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보시기도를 약속하고 수십 억 원을 가로챈 무속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9일 부산진경찰서는 점을 보러 온 이들에게 ‘집안에 단명할 사람이 나온다’, ‘자녀가 무당이 될 팔자다’ 등 불안감을 조성해 기도비를 가로챈 혐의(특가법 및 사기)로 40대 무속인 B 씨를 구속송치했다고 밝혔다.

B 씨는 2008년부터 올해 3월까지 40여 명을 대상으로 700여 회에 걸쳐 무려 44억 원 상당을 기도비 명목으로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2008년부터 아파트 게시판이나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 홍보글을 올렸다. “정성을 다해 점사를 봐드린다”는 내용으로 단돈 5만 원이면 점을 봐주겠다고 피해자를 불러 모았다. 그러나 B 씨는 ‘집안에 흉사가 닥친다’, ‘남편이 단명한다’는 식으로 불안감을 조성해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점술인의 영업 행위는 사기로 보기 어렵지만, 해당 사건처럼 기도비 회수를 약속하고 돌려주지 않은 것은 사기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