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 지금보다 더 자주 불 끄는 것이 해결책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아네테 크롭베네슈
인공조명, 인간 생체리듬 해쳐 각종 질환 유발
철새, 바다거북, 식물까지 미치는 폐해 심각
우리는 매일 고성능 전조등과 광고판, 가로등, 주택 조명에서 나오는 빛을 보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안전감을 느낀다. 하지만 생태학자, 생물학자, 의학자들은 새들이 조명이 설치된 방송탑과 충돌해 죽는 등 인공조명의 비극적 결과물을 보고 경고음을 울려왔다.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는 인공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의 위험을 알리는 책이다. 독일의 빛 공해 전문가인 저자는 인공적인 빛에 의해 밤이 밝아지는 현상을 빛 공해로 정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상하게 여기기는커녕 오히려 인공조명으로 밤을 밝히는 것을 반기는 사람들도 많다.
인간은 아침 햇빛 속 청색광을 쐬면 세로토닌과 도파민, 코르티솔 등의 분비가 촉진되고, 저녁 햇빛 속 청색광을 쐬면 멜라토닌이 분비되며 잠이 들게 된다. 하지만 강한 인공조명은 인간의 생체리듬을 해쳐 우울증, 비만, 암 등 각종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빛 공해가 심각한 나라 중 하나다. 지난 2016년 위성사진을 통해 세계 주요 20개국의 빛 공해 노출 면적을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는 89.4%로 2위를 차지했다.
빛 공해에 의한 피해는 사람에게만 국한하지 않는다. 동물이 경우 철새는 대표적이다. 철새 대부분은 기류의 소용돌이가 적은 밤에 이동하며 지구의 자기장에 의존해 방향을 잡는데 빛은 철새의 나침반을 무력화한다. 방향 감각을 잃은 철새들은 시각에만 의존해 비행하게 되고 불을 밝힌 고층 빌딩, 밝게 빛나는 주유소 바닥으로 곧장 날아가 충돌로 죽는다고 한다. 갓 부화한 바다거북은 가능한 한 빨리 바다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해변의 환한 조명은 바다로 이끄는 대신 탈진할 때까지 모래벌판을 방황하게 하거나, 도로와 주택가로 이끌어 차에 깔려 뭉개지거나 말라죽게 만든다는 것이다. 식물도 빛 공해로 오랫동안 광합성을 하면서 엽록소가 재생될 시간이 사라지는 ‘번아웃’에 빠지기도 한다.
오늘날까지 서양 문화권에서 빛이란 주제는 지극히 긍정적인 방향에서만 받아들여진다. 빛은 통찰과 계몽, 순수의 표상이자 거룩함과 정의의 상징이다. 반면 어둠은 공포, 범죄, 무지와 연결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프랑스 불로뉴와 벨기에 국경을 오가는 A16 고속도로도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가로등을 껐지만, 사고는 늘지 않았다. 속도 제한 없는 독일 아우토반에는 가로등이 없다. 이들 사례는 ‘도로가 밝을수록 좋다’는 고정 관념을 돌아보게 한다.
책은 환경 문제로 기후 변화, 플라스틱, 쓰레기만 생각하는 우리의 좁은 시야를 넓혀준다. 또한 빛 공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의외로 빛 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대기오염이나 기후 변화 미세 플라스틱 등의 문제와 달리, 대처하기 쉽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보다 더 자주 불을 끄자”고.
지금이라도 이 책을 통해 빛의 아름다움 속에 감춰져 있던 충격적 진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아네테 크롭베네슈 지음/이지윤 옮김/시공사/300쪽/1만 6000원.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