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압박 수사’에 범죄자 몰린 청년, 3년 만에 누명 벗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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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압박 수사로 한순간 도둑으로 내몰린 20대 취준생이 약 3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시내버스 승객이 두고 내린 지갑을 버스 기사에게 돌려주려다 전과자 신세가 될 뻔했던 것이다. 이 청년은 무죄가 확정되자 자신을 수사한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들을 상대로 경찰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버스 승객 두고 내린 지갑 주워

“운전 기사에 전달” 진술 안 통해

조사·공판 참여로 취업 늦어져

1심서 벌금형, 대법원서 “무죄”

당시 수사관 상대 경찰청 진정


14일 대법원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 모(당시 24세) 씨는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2019년 8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부산지방법원에서 5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지 딱 1년 만이다. 최 씨는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집과 독서실을 오가던 최 씨가 졸지에 범죄자로 몰린 것은 2018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씨는 집에서 독서실로 가기 위해 버스에 탔다가 한 승객이 지갑을 두고 내리는 걸 목격했다. 그는 지갑을 주워 버스기사에게 건네고 하차했다. 그런데 8개월 뒤 부산 남부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버스에서 분실한 지갑을 챙긴 혐의(점유이탈물횡령)로 조사해야 하니 출석하라는 요지였다.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던 최 씨는 그 뒤로 줄곧 부산을 오가며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경찰은 ‘지갑을 가져가지 않았다’는 최 씨 주장을 믿지 않았다. 최 씨는 “담당 수사관은 ‘내가 수사를 오래 해 봐서 아는데 넌 범인이다’ ‘그냥 벌금 받고 끝내면 기록도 안 남는다’는 말도 안 되는 회유만 늘어놓았다”고 주장했다. 부산지검도 경찰 의견대로 최 씨를 기소했고, 부산지법은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최 씨는 ‘저지르지도 않은 범행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이 일관된 반면, 경찰관은 진술을 번복했다. 이들의 기억이 완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최 씨가 부산경찰청에 버스 내부 CCTV에 대한 포렌식 분석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당시 영상의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해명만 되풀이했다.

남부경찰서 측은 당시 버스 내 CCTV 영상에 최 씨가 지갑을 줍는 장면이 있었고, 버스기사가 지갑을 전달받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해 기소의견 송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남부경찰서 측은 “최 씨 주장에 대해 버스기사는 ‘받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고, 최 씨를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해 거짓 반응이 나와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뿐 강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장 항소심 판결문을 살펴봐도 경찰은 최 씨가 지갑을 챙겼다는 증거를 끝까지 제시하지 못했다.

사건 발생 당시 대학 4학년이던 최 씨는 수사와 재판의 부담 탓에 취업을 하지 못하다가 무죄가 확정된 지난해 말에야 수도권의 한 기업에 취직했다.

최 씨는 “경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디 인권을 중시하는 경찰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씨는 지난달 남부경찰서 수사 담당자를 상대로 경찰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곽진석 기자 kwak@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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