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에 대한 고찰’…유럽 거장 작품들 부산서 만난다
유러피언 누아르 특별전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고다르·트뤼포 감독 등의 걸작
내달 16일까지 19편 상영
폐소 공포·죽음의 예감 등
다양한 심리적 어둠의 변주 망라
‘필름 누아르’. 타락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폭력적인 범죄, 어둡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다룬 범죄 영화를 뜻한다. 1940년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쏟아져 나오며 하나의 장르가 됐다. 미국의 필름 누아르가 어두운 밤거리, 도시의 뒷골목을 상징한다면, 유럽 필름 누아르는 인간 내면의 뒤틀린 욕망과 정신적 혼란스러움에 집중한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다음 달 16일까지 유럽 필름 누아르 걸작을 모은 ‘유러피언 누아르 특별전’을 연다. 누벨바그를 이끈 장 뤽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프랑수아 트뤼포 등 거장의 유럽 필름 누아르 작품 19편을 소개한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자란 세계 2차 대전 이후 유럽 감독들이 1950년부터 20세기 말까지 내놓은 영화사의 걸작을 이번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거장들의 장편 데뷔작도 다수 포함됐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어느 사랑의 연대기’(1950)는 모호한 이야기 구조 속에 부르주아의 우울과 허무를 스크린에 펼쳐냈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는 ‘냉혹한 학살자’(1962)를 통해 살인사건 용의자로 의심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 데뷔부터 주목을 받았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1958)는 불륜 관계의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남편을 죽이고 함께 떠나는 완전 범죄를 꿈꾸지만 준비 과정에서 엘리베이터에 갇혀버리고 마는 이야기로 루이 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독일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사랑은 죽음보다 차갑다’(1969) 역시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파스빈더 감독은 각본을 썼을 뿐만 아니라 프란츠 역으로도 출연했다.
프랑스 누아르의 거장 장-피에르 멜빌의 걸작 ‘밀고자’(1962)와 그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두 번째 숨결’(1966)은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주는 범죄영화다.
제인 폰다와 알랭 들롱이 주연을 맡은 ‘조이 하우스’(1964)는 르네 클레망 감독 작품으로 인물들의 사랑과 배신을 다룬 매혹적인 스릴러 영화다.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희미한 곰별자리’(1965)는 1965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등 2관왕을 차지한 작품으로 그리스 신화의 엘렉트라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누벨바그의 거장 프랑수아 트뤼포의 ‘검은 옷의 신부’(1968)는 결혼식장에서 남편을 잃은 신부가 검은 상복을 입고 남자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으로 트뤼포 특유의 분위기가 잘 드러난다.
프랑스 미스테리의 거장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심리 스릴러 ‘도살자’(1970)는 인물의 모호한 심리와 불안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하는 작품으로 유러피언 누아르의 특징을 잘 담고 있다. 에릭 스코졸드재르그 감독의 ‘불면증’(1997)은 노르웨이 북부 항구 도시 트롬쇠를 배경으로 실수로 동료를 죽인 경찰의 죄책감과 심리 변화를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2002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 영화를 리메이크해 같은 제목의 영화를 내놨다.
이외에도 배우 잭 니콜슨, 마리아 슈나이더의 연기와 서정적인 카메라 워크로 찬사를 받은 안토니오니 감독의 ‘여행자’(1975), 앙르 베르누이 감독의 긴장감 넘치는 범죄 영화 ‘지하실의 멜로디’(1963)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폐소 공포, 심리적 혼돈, 자기 파괴적 충동, 죽음의 예감까지 내면적 어둠으로 변주되는 유러피언 필름 누아르의 세계를 망라했다”고 특별전을 소개한다.
김은정·김필남 평론가의 영화 해설도 마련돼 있다. 일반 7000원, 유료회원·청소년·경로 5000원. 051-780-6080.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