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취수원 지역 ‘영구 지원책’ 마련으로 극적 ‘물꼬’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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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동부 경남 취수원 다변화 의미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안전한 물을 향한 낙동강 하류 지역의 30년 염원이 마침내 이뤄진다. 경남 합천 황강물과 창녕 강변여과수를 부산과 동부 경남지역에 공급하는 방안이 환경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경남 합천군 합천창녕보 아래쪽 낙동강과 황강이 만나는 지점. 부산일보DB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안전한 물을 향한 낙동강 하류 지역의 30년 염원이 마침내 이뤄진다. 경남 합천 황강물과 창녕 강변여과수를 부산과 동부 경남지역에 공급하는 방안이 환경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경남 합천군 합천창녕보 아래쪽 낙동강과 황강이 만나는 지점. 부산일보DB

취수원 다변화는 낙동강 하류에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가장 확실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책이다. 낙동강 수계 지역에 대규모 산단이 산재한 만큼, 조기에 낙동강 수질을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취수원이 다양해지면 낙동강 본류의 수질 개선 노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나온다.


창원·김해, 48만t 깨끗한 물 공급받아

부산도 미량화합물 불안감 덜게 돼

물이용부담금 탄력적 지원 방안 도출

합천·창녕 주민 대상 협조 당부 계획

낙동강 수질 개선에 3조 9000억 투입

환경단체 “보 해체 빠져 수질 개선 한계”


■영구적인 지원책, 취수원 민심 돌파구

취수원 다변화의 일차적 수혜자는 부산과 경남 동부 지역이다. 특히 창원, 김해 등은 당초 계획보다 신규 취수원 물 공급량이 늘었다. 부산보다 6만t 많은 48만t의 깨끗한 물이 공급된다. 만성적인 미량화합물 불안감이 있는 낙동강 본류의 물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으로 공급되면서, 오히려 수질 측면에서 부산보다 더 맑은 물을 공급받는다. 반면 부산은 신규 취수원이 개발되더라도 절반 이상은 낙동강 본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신규 취수원 개발은 수십 년째 논의됐지만, 해당 지역의 반발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도 합천과 창녕에서는 여전히 신규 취수원 개발에 반대 움직임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논의가 낙동강유역물관리위 의결 과정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지역에 대한 제재 없이도 영구적인 지원이 가능한 방안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현행 낙동강수계관리법 등에 따르면 상수도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물이용부담금으로 조성된 수계관리기금 지원에 한계가 있다. 최근 물이용부담금의 비효율적인 사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환경부 등은 수계관리기금 집행에 효율성과 탄력성을 높이기로 방향을 틀었다. 수계법 개정 등의 방법으로 신규 취수원 지역 지원이 가능한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이 추진되면, 합천과 창녕 등은 경제활동 제약 없이도 매년 70억 원가량의 지원이 이뤄진다. 이는 신규 취수원 예정지인 구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여기에 물 우선사용권이 주어져 물 부족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합천의 경우 홍수에 대한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합천댐 운영에 주민 참여도 보장된다. 신규 취수원 지역 입장에서는 기존 논의보다 훨씬 매력적인 제안인 셈이다. 환경부 등은 다음 달부터 이런 내용으로 주민 설명회 등을 열며 정책 협조를 본격적으로 구할 계획이다.


■포기할 수 없는 낙동강 본류 수질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에는 낙동강 수질 개선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합천·창녕·구미 신규 취수원 개발 등엔 2조 4000억 원이 들 것으로 보이지만, 낙동강 수질 개선엔 3조 9000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폐수 미량오염물질 관리도 본격화한다. 낙동강 수계의 산단 지역에 순차적으로 무방류 시스템과 초고도 처리 시설 등을 도입하는 내용이다. 생활하수와 관련해서도 공공하수처리장에도 고도처리시설을 추가 도입하고, 농촌 지역의 가축사육 제한 지역 확대나 방류수 수질 강화 등도 추진한다. 특히 2022년 TOC(총유기탄소) 총량제를 도입하면, 수질 관리 체계의 큰 변화도 예상된다.

다만 낙동강 수질 개선의 핵심 중 하나인 보 해체와 관련해선 명시적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는 낙동강 수질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해당 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는다. 생명그물 이준경 대표는 “보 해체가 빠져 있는 게 상당히 아쉽다”며 “반면 TOC 총량제를 도입하고 방류수 수질 기준을 만드는 것은 낙동강을 맑게 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낙동강 하류 지역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려는 계획이 환경부 정책으로 채택된 것은 최근 들어 ‘메가시티’를 추진하면서 부울경이 상생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금씩 양보하고, 상대 지역에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역지사지 자세로 고민한 결과인 것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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