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눈'] 혼자서 쓰레기 줍는 '혼 플로깅'을 아시나요
‘혼밥’, ‘혼술’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혼자 외식하기를 꺼리지 않았던 나는 쓰레기 줍기도 곧잘 혼자 한다. 바닷가나 강가에서는 좋은 일 한다며 인사해 주시는 분들을 더러 만나지만, 편한 복장으로 혼자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참을 이상하게 쳐다보곤 한다. 나는 다행히도 그런 시선에 불편함보다는 우스운 감정을 느끼는데, 내가 웃으면 더 이상하게 볼 것을 알면서도 참으려 할수록 웃음은 새어 나온다. 그렇다고 쓰레기를 주으러 나가면서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 입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마스크를 쓰면서 시선으로부터 조금은 해방된 느낌이다.
요즘 들어 쓰레기를 주울 때 특히 눈에 띄는 품목이 있다.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이다. 여름이 다가온다는 증거다.
구석진 곳, 화단 뿐 아니라 쓰레기통이 있는 곳조차 넘쳐나는 일회용 컵을 감당하지 못해 주변이 쓰레기 천지이다.
쓰레기 투기 문제 해결을 위해 네덜란드에서 흥미있는 실험이 실시되었다.
시내 광장 한가운데 음료수 병을 쏟아 부은 두 번의 실험에서 네덜란드 시민들이 보인 반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처음 실험에서 사람들은 널부러져 있는 캔과 페트병을 보고 그냥 지나쳤다. 황당해하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있어도 줍는 사람은 없었다.
두번째 실험에서는 조금 더 큰 용량의 페트병을 쏟아 부었는데, 사람들이 주워가서 금세 사라졌다.
그 이유는 현재 네덜란드에 1리터 이상의 페트병에만 보증금 0.25유로가 매겨져 있으며, 첫번째 실험에서 쏟아부었던 알루미늄 캔과 보다 작은 용량의 페트병에는 보증금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네덜란드는 다음달 (7월 1일)부터 1리터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병에도 빈용기 보증금 0.15유로를 적용하며, 보증금 제도를 캔으로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내년 6월부터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된다. 보증금을 음료수 병이 아닌 컵에 적용하는 것은 전세계 최초로 하는 시도이다. 2003년 참여정부 시절에 도입했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폐지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법이 아닌 자발적 협약에 기반한 것이었다. 반환되지 않은 보증금의 관리가 미흡했으며 매장으로 반환된 일회용 컵의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없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기하는 중이다. 빈용기 보증금과 일회용컵 보증금 등 자원순환 보증금 제도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인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지난 6월 10일 정식 출범했다.
환경부는 제도 도입 초기 안정적인 정착과 사업장의 참여 유도를 위해 규제 대상 사업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소규모 카페 등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네덜란드에서 실시된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컵에만 보증금이 적용되고 나머지 컵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면, 보증금이 없는 일회용컵은 계속해서 버려져 나뒹굴 것이다.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면 대중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성공을 거두려면 영세 업장에 일회용컵 수거 의무는 면제하더라도, 판매되는 컵에는 보증금을 일괄 적용해야 한다.
* 플로깅(Plogging) : ‘이삭을 줍는다’는 뜻인 스웨덴어 plocka upp과 영어 단어 jogging(조깅)의 합성어로,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말한다. 2016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돼 북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국립국어원은 2019년 11월 ‘플로깅’을 대체할 우리말로 ‘쓰담 달리기’를 선정하였다. 내가 하는 플로깅은 ‘쓰담 걷기’다. 그 외 ‘줍깅’, ‘쓰줍’이라는 말도 쓰인다.
손세라 객원기자 serah.son@reloopplatform.org / 활동가, Reloop Plat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