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운전면허 관리로는 한계…기술적 해결책 시급"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현 운전 면허 관리 강화로는 한계”
주기적 관리보다 상시 예방에 초점 두고 ‘운전 약자’ 지원 제도 설계해야"
고령 운전자의 비율이 늘며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유발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에 정부는 운전면허 관리 강화에 중점을 두고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책 방향은 고령운전자 관리에는 의미가 있으나 실질적인 사고 예방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운전 약자’ 전반의 교통사고를 상시 예방하는 기술적 해결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펴낸 산업동향 보고서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 방향’에 따르면,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 중 65세 이상의 비율은 2016년 8.0%에서 작년 11.1%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작년 11만 4795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0.5%를 차지했다. 이는 2016년(8.1%)과 비교해 2.4%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교통사고 사망자 중 가해자가 고령 운전자인 경우(23.4%) 역시 2016년(17.7%) 대비 늘어났다.
이처럼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문제가 불거지며 정부는 75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인지 능력 진단과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갱신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등 고령 운전자 면허 관리 강화에 중점을 두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자체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65~70세 이상 고령인이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할 경우 교통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현 정책이 고령 운전자 문제를 앞서 겪은 주요국의 대응 방향과 큰 틀에서 유사하나, 특정 연령대 중심의 운전자 면허 관리에 초점을 두는 특징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갱신주기를 단축해도 1∼2년 이내에 운전 능력이 급격히 저하될 경우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고 면허 자진 반납 제도 역시 생계를 위해 운전이 불가피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연구원의 지적이다.
야간·장거리·고속도로 운전 등을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는 운전자가 해당 조건을 어길 경우 차량을 추적해 운행을 중단시키는 수단이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
따라서 주기적 관리보다는 상시적 예방에 초점을 두고 기술적 해결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연구원은 주장했다.
고령 운전자를 포함한 운전 약자의 인지·행동 특성과 사고 발생 요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관련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개발해 장착을 의무화하거나 장착시 보험·세제 혜택을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운전자가 보행자 충돌 피해 경감 브레이크, 실수로 인한 급발진 억제 장치 등의 ADAS를 장착하면 2만∼10만엔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ADAS 등 자동차 능동안전 기술 개발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령 운전자에 특화된 안전장치 개발·의무 장착은 교통안전뿐 아니라 관련 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고령 운전자뿐 아니라 운전 약자 전반을 염두에 두고 관련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호중 책임연구원은 "모든 고령 운전자가 사고를 더 많이 유발하지는 않으므로 과도한 행정조치는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고 고령인의 자기 효능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정 연령대에 국한하기보다는 교통사고 유발률을 높이는 신체적·정신적 요인을 검토한 후 운전 약자 전반에 대해 안전 운전을 지원하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