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손정민 父 "혼자라도 끝까지 갈 생각… 더 이상 잃을 것 없다"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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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선물 받은 고 손정민 씨 아버지 손현 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어버이날 선물 받은 고 손정민 씨 아버지 손현 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 후 숨진 채 발견된 故 손정민(22) 씨의 아버지 손현(50) 씨가 변사사건 심의위원회 개최를 두고 "미제사건으로 두기 싫을 경우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희생자는 알 바 아니고 매듭을 지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손 씨는 22일 밤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 '정민이를 위한 선택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손 씨는 "원래는 경찰의 '변사사건 심의위원회' 개최를 막아보려고 탄원을 부탁드려 했지만 경찰의 의지는 확고부동하고 내일(23일) 개최해도 이상하지 않아서 의미가 없고 말만 많아질 것 같아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도 겪어보지 않은 이 길을 가면서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초기에 말씀드렸다"며 "더 이상 잃을게 없는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보장된 모든 걸 행사할 것이고, 그건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른다"고 했다.

손 씨는 초창기에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 두 가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하나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으니 수사로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인데 초기에 시간을 놓쳐서 어렵게 된 것"이라며 "또 다른 하나는 아무도 관심 없는 외로운 길일 줄 알았는데 많은 분께서 내 일처럼 생각해주시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응원해주시는 분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블로그 그만 쓰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아주 성공적이다. 신경이 쓰인다는 얘기니까"라며 "뉴스에 올려달라고 한 적도 없고 그냥 제 얘기만 쓸 뿐이다. 그걸 못하게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주변의 비판에 반박했다.




손현 씨 네이버 블로그 캡처 손현 씨 네이버 블로그 캡처

그러면서 손 씨는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자신이 알게 된 점 9가지를 언급했다.

무엇보다 그는 사고 과정에 있어 CCTV를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수사에 활용할 수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손 씨는 "설치 부서가 제 각기라서 경찰수사 때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보이는 것은 영화 속 이야기"라며 "어렵게 구한 (CCTV 영상도) 경찰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CCTV마다 보관기간이 하루에서 60일까지 모두 달라 확보가 어렵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초동수사와 골든타임'에 대해 "실종사건을 강력사건과 연관하지 않고 단순 실종으로 출발하니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놓친다"며 "초기의 증거인멸에 속수무책이다. 그건 영원히 만회하기 힘든 상처가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강의 기지국 오류'에 대해 손 씨는 "그날 아침(5월 23일) 아침 위치추적에서 강북으로 나오지만 않았어도 초기 며칠을 강북에서 수많은 경찰 병역이 수색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안 가르쳐 준 사람이 더 나쁘다"고 비판했다.

손 씨는 '한강 입수'에 대해서도 "한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경우가 꽤 많은데 다리에서 떨어지지 않은 한 입수 경위는 알 수 없다"며 "목격자가 없다면 의식이 있든 없든 최종 사인이 익사일 뿐 어떻게 들어갔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포렌식'에 대해 "이것만 하면 다 나오는 줄 알았지만, 신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거짓말 탐지기'에 대해서도 "2% 정도의 사이코패스 때문에 법정 증거로 못 쓰인다고 한다"면서 "거부해도 강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럼 용도가 뭐냐"고 반문했다.

또 손 씨는 친구 A 씨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블랙아웃 상태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피의자가 아니어도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언론 대응부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며 "막걸리 몇 병만 먹으면 쭈그리고 앉든 펜스를 넘어가든 구토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좋다"고 지적했다.

손 씨는 글 마지막에 과거 정민 씨와 나눴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정민아, 정말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 고 손정민 씨 추모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반포한강공원 고 손정민 씨 추모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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