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세잔이 산과 정물화만 그린 이유는?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이진숙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은 19세기 중엽부터 1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근대 형성기의 화가와 작품에 대한 34가지 이야기다. 그 시대는 벨에포크의 새로운 희망과, 충격적인 전쟁의 절망이 교차했다. 그 속에서 근대적 개인이 여물어갔는데 그 개인이 진실의 순간을 맞는 것이 고독의 순간이라는 거다. 그래서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인 것이다. 라파엘전파와 밀레, 마네, 드가, 모네를 거쳐 세잔 고갱 고흐를 경유해 마티스 피카소 모딜리아니 뭉크 몬드리안 등에 이르는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세잔은 프랑스 주변부 엑상 프로방스에서 자신의 과제에 집중하는 반복적이고 매우 단조로운 삶을 살았다. 그는 산과 정물화를 수없이 그렸는데 요컨대 진짜 사과 한 알을 그리고자 했다. 세잔은 때로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이해받지 못한 고독은 위대함과 동의어였다는 것이다.
마티스는 춤과 음악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간략하고 경쾌한 선에서 오는 힘, 도드라지지 않으면서 명징한 색채에서 느낄 수 있는 원숙함. 이것이야말로 마티스 헤도니즘(쾌락주의) 예술의 핵심이었다.’ 마티스는 1·2차 세계대전이라는 그 시대의 절망과 우울을 견디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여전히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마네의 ‘수련’ 연작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끌어안는 대가가 표현할 수 있는 깊은 사랑 자체라고 한다.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이진숙 지음/돌베개/472쪽/2만 8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