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곤란 ‘굴 껍데기’ 재활용 길 활짝 열렸다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 법률안’ 29일 국회 통과
재활용 기본계획 수립·자원화시설 설치 근거 마련
속보=남해안 굴 양식업계 최대 골칫거리인 ‘굴 껍데기(패각)’(부산일보 3월 25일 자 10면 보도 등)를 보다 손쉽고 다양하게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수산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산물의 재활용을 지원하는 법률안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앞서 환경부가 마련한 자원순환기본법과 함께 어민들의 오랜 고민을 풀어낼 근본적 처리 방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정정식(경남 통영고성) 의원실에 따르면 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법률안은 제정안으로 △‘수산부산물’, ‘수산부산물 재활용’등에 대한 정의 신설 △국가적 차원의 수산부산물 재활용 기본계획 수립(5년 단위) △수산부산물 처리업 허가 및 경비 지원 △수산부산물 자원화시설 설치‧운영 근거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수산 부산물은 칼슘과 단백질 등 유용 성분이 다량 함유돼 식품 원료와 비료, 사료, 의약품, 화장품 등의 원료로 재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선 수산 부산물을 자원화하고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자원보전 및 재생법’에 따라 재활용이 예정된 물질은 폐기물로 간주하지 않고, 자원 조성과 건설‧미화용 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굴 껍데기도 비 폐기물로 분류해 현재 연안 수질 개선, 해안선 보호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는 수산부산물 분리수거를 의무화하고 수거된 부산물은 가공공장에서 사료용 어분 생산에 투입한다.
반면 국내에선 제도적 한계 탓에 극히 일부만 재활용되고 있다. 현행법상 수산물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300kg 이상일 경우,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한 해 발생하는 수산부산물은 85만t 상당이다. 이중 굴 패각이 30만t으로 3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최대 굴 산지인 경남 통영과 고성 일대에는 굴 껍데기를 제거해 알굴을 생산하는 작업장(박신장)이 300여 곳에 이른다. 전체 패각 발생량의 절반 이상인 16만t이 이곳에서 배출되고 있다.
굴 패각은 석회석 대체 원료나 황토 포장재, 건설 골재, 인공어초, 비료 등으로 다양하게 재활용할 수 있지만, 실제 자원화하는 양은 절반이 채 안 된다.
처리도 쉽지 않다. 배출자가 직접, 또는 위탁처리 해야 한다. 전문 장비를 동원해 공해상으로 가져가 투기해야 해 정부 보조를 더 해도 어민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8만 6000t, 통영에만 약 5만t의 패각이 박신장 주변이나 해안가 공터에 방치돼 악취와 민원의 온상이 되고 있다.
정점식 의원은 “수산부산물 처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어촌지역 주민의 숙원을 해결하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도출한 민생 법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수산부산물은 골칫덩이 폐기물이 아닌 수산자원으로써 그 가치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농어촌 주민이 마음 편히 생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환경부도 지난 3월 ‘유기물이 포함되지 않은 폐패각(굴 껍데기, 조개껍질 등)’을 순환자원 인정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원순환기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배출할 때 껍데기에 붙은 각종 해양생물 등 2차 오염물질을 제거하면 처리가 수월하도록 규제를 완화해 주는 게 핵심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굴 껍데기가 사업장폐기물에서 제외돼 현행 180일로 제한된 패각 보관‧처리 기간이 완화되고, 처리 비용 역시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재가공 가능 품목도 확대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