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유럽, 인간이 만든 ‘혹독한 폭염’에 갇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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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한 공원 폭포에서 한 어린이가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미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한 공원 폭포에서 한 어린이가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미 서부를 비롯한 세계 곳곳이 기록적인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 같은 폭염을 두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수십 년 전부터 이미 예견된 현상이라고 분석했으며, 폭염이 갈수록 위협적으로 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고기압이 특정 지역에 정체하면서 반구형 지붕처럼 뜨거운 공기를 대지에 가두는 ‘열돔’ 현상으로 인해 여름에도 시원하고 쾌적한 날씨를 유지해 에어컨을 켤 필요가 없었던 북미 곳곳에서 연일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는 혹독한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뜨거운 공기 땅에 가두는 ‘열돔’

수천 년에 한 번꼴 발생할 강도

캐나다 리턴 46.6도로 치솟고

시애틀 등 연일 최고 기온 ‘경신’

러시아 북극권도 30도 ‘기현상’

인류 활동 관련된 지구 온난화

미래 대규모 사망 원인 될 수도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의 기온은 지난 27일 46.6도까지 치솟으면서 캐나다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역시 지난 27일 44.4도까지 올라가면서 전날 세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도 28일 42.2도까지 오르면서 지역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열돔의 강도는 수천 년에 한 번꼴로 발생할 정도인 통계적으로 매우 드문 현상”이라고 밝혔다.

북미 지역뿐 아니라 유럽도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다. 남유럽의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는 지난 21일 무려 43.7도까지 치솟았다. 독일에서는 지난 20일까지 나흘 연속으로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치솟았다. 비슷한 시기 오스트리아에서는 밤 최저기온이 20도 이상인 열대야가 지속됐다. 북유럽의 핀란드 헬싱키는 지난 21일 31.7도를 기록하면서 1952년 작성된 6월 최고기온을 갈아치운 바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도 낮 기온이 각각 34.8도, 35.9도까지 올라 자국의 6월 신기록을 수립했다. 러시아 북극권에서도 최근 들어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폭염 현상이 일어나는 빈도와 강도, 지속성을 볼 때 폭염의 원인은 기후 변화에 있다고 지목했다. 캐나다 환경부의 선임 기후학자 데이비드 필립스는 뉴욕타임스(NYT)에 “폭염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이제는 인간과 관련된 요인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온난화를 촉진하는 탄소배출과 같은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WP는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가 열돔과 같은 예외적인 현상의 발생 가능성을 높였다”며 “많은 이들이 전례 없는 이번 폭염에 충격을 표시하지만, 수십 년간 그 조짐은 계속돼 왔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갈수록 위협적으로 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AFP통신은 온난화와 관련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을 인용,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폭염이 대규모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0.4도, 즉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를 경우 지구 인구의 14%가 5년마다 최소 한 차례 극심한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 보고서는 내년 2월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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