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MZ세대, 통일은 우리의 소원인가?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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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경색, 북 핵실험으로 여론 악화
20~30대 중심 통일 반대 높아져
동질성 회복과 국민적 합의가 관건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18년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18년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 노래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MZ세대로 대표되는 20~30대는 의문을 던진다. “왜 우리의 소원이 통일인가”라는 질문이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서 이산의 가족사를 아파하고, 6·25전쟁과 직·간접적 경험이 있는 60~70대, 1989년 한국외국어대 4학년 임수경을 북한 평양의 세계청년학생축전으로 보냈던 지금의 586세대 정치권과 기성세대는 이 질문 자체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질문은 2022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통일과 북한 이슈는 586 민주화 세대가 주류인 ‘진보정권’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2030 세대가 이에 반대한다면, 대선 판도에서 이슈 메이킹 자체가 어려워진다. 가뜩이나 50대 지지층 이탈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의 이탈은 ‘진보정권’으로서는 장기적으로는 물론이고, 당장 아쉬운 상황일 수 있다.

더 문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체제를 필두로 ‘신우파’라 명명될 MZ세대는 대한민국 흐름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념 갈등에 둔감하고, 북한과 중국에 매우 비판적인 젊은 세대의 등장은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한반도는 어디에?

2018년 싱가포르 북·미 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비핵화 어느 것 하나 이뤄지지 않았다. 남과 북이 얼굴조차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몇 년째 초래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북핵 문제는 미국이 북한을 자국의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했다. 한반도 내부 문제를 넘어섰다는 이야기다.

미국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지난 5월 미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북한을 최대 적국’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7%로 가장 많았다. 북한에 이어 2위는 러시아(52%), 3위는 중국(48%), 4위는 이란(48%)이었다. 이런 여론 악화는 2016년 1월 관광차 방북해 양각도호텔에 투숙 중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북한 ICBM 시험 발사 등이 결정적이었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2017년 북한을 9년 만에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북한은 제8차 당대회의 노동당 규약 개정에서 ‘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을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라는 문구로 대체했지만, 미국 언론은 “단어만 순화됐을 뿐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공이 북한 코트에 넘어갔다고 말하지만, 북한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미국을 향해 “꿈보다 해몽”이라며 “잘못 가진 기대는 더 큰 실망”이라고 잘라 말했다. 결국 평화 체제는 이뤄지지 않고, 대북 제재의 기간과 강도는 더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소망하고, 노래하기는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악수 기념촬영. 연합뉴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악수 기념촬영. 연합뉴스

■20~30 미래 주도 세대의 통일관

통일은 결혼과 비슷하다. 서로 사랑해야 결혼하고, 서로 좋아해야 통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 한국을 짊어지는 20~30대의 통일에 대한 소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다른 체제, 다른 여권, 다른 나라로 살아온 지 75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통일과 북한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국민일보가 지난 6월 전국 만 18~39세 남녀 1000명을 여론 조사한 결과, ‘남북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54.2%가 ‘반대한다’라고 응답해 절반을 넘어섰다.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더 놀라웠다. 31%가 ‘상관없는 남과 같은 국가’라고 답했다. 19.7%는 ‘이웃 국가’, 17%는 ‘적성 국가’라고 응답했다. ‘한민족 동포’라는 답변은 17.1%에 불과했다. ‘관심 없다’는 응답도 15% 가까이였다. 특히, 18~24세는 10%만 북한을 ‘한민족 동포’라고 답했을 정도다.

이는 지난해 10월 아산정책연구원의 통일인식 국민 여론조사 결과와도 유사하다. ‘북한에 관심 없다’는 응답은 40대가 36.1%, 50대가 35.4%, 60세 이상이 36%였지만, 20~30대는 50% 내외로 높았다. 20~30대와 40대 이상에서 뚜렷한 차이가 발생했다. 이는 청년세대에게는 ‘북한, 통일’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청년세대가 통일에 냉소적인 현상은 과거보다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지난 2013년 (사)한국청년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20대의 40%가 ‘통일을 반대한다’고 답하고, 32%가 ‘통일은 필요하지 않다’라고 응답했다. 물론, 당시 조사에서도 ‘무리한 통일보다 평화구축이 더 중요하다’라는 응답이 70%를 넘어서고 ‘현재의 분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대세를 이뤘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청년세대에서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가 6월 14일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가 6월 14일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MZ세대, ‘통일 이익’에 의문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통일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과 취업난을 겪으면서 결혼, 육아 등 미래에 대한 불안에 허덕이는 남한 MZ세대에게는 “통일이 직접적으로 무슨 이득이 될까?” “통일이 과연 장밋빛 미래일까?”라는 의문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통일의 현실적 손익계산서를 따져봤을 때 젊은 세대의 삶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기실현 가치와 공정, 정의를 중시하고, 손해 보기 싫어하는 MZ세대에게 지난 10년간 천안함 폭침 사건, 서해 연평도 폭격, 핵실험 등이 북한을 같은 민족보다는 골칫덩이 이웃나라로 여기게 한 주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동아대 황기식 국제대학원 교수는 “청년세대는 통일이 경제 위기와 세금 부담, 사회적 갈등을 증대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통일을 축복이 아닌 걱정으로 인식하는 흐름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 교수는 “남북관계 경색의 장기화와 통일로 인한 이익을 체감하지 못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결국, 통일 이후 사회의 불

안정성 등을 이유로 청년세대,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통일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2017년 11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 발사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017년 11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 발사 모습. 연합뉴스

■서로를 알아 가는 큰 걸음부터

문제는 서로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특히 6·25 전쟁 이후 70년이 흐르면서 서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이질감만 쌓였기 때문이다. 동질감과 신뢰 회복, 국민적 합의는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독일 언론 역할이 모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서독 텔레비전을 통해서 동독 주민들은 서독 사회가 미지의 세계나 상상의 세계가 아니었고, 서독 주민들도 동독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먼 나라’가 아니었고, ‘서로가 서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독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할 때 대다수의 동독인이 빠른 통합을 원했고, 서독의 여론과 정치권도 이러한 동독인의 요구를 수용했던 이유기도 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영욱 박사는 ‘통일과 언론: 독일의 경험’ 연구 보고서에서 “서독 언론은 1970년대부터 동베를린에 상주하면서 동독 주민을 시청자로 보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했던 것이 신뢰 축적의 요인이었다”면서 “국민적 신뢰와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동독이 서독에 편입되는 빠른 통일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즉, 동·서독과 마찬가지로 남·북한, 특히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최소한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다’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 되어야 미래의 통일과 평화 체제 논의가 가능하다.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그리는 영화 '웰컴투동막골'.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그리는 영화 '웰컴투동막골'.

■국민적 합의가 통일의 원동력

정권에 따라 우리 사회의 대북·통일정책이 출렁이면서 ‘남남갈등’으로 불릴 정도로 사회적 혼란을 낳고 있다. 통일의 전제 조건인 국민적 합의 구축과 신뢰 프로세스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남한 내부의 국민적 합의가 전제 되어야, 그 힘을 바탕으로 주변 강대국과 국제사회를 강력하게 설득할 수 있다.

통일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의 통일은 소원’이라는 식의 통일에 대한 감성적 강조보다는 국민적 합의와 동질성 회복, 상호 신뢰, 이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안상욱 교수는 “통일 문제를 감성을 떠나서 구체적으로 통일비용 등 통일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시킬 것인지, 또한, 주역인 미래 세대를 동참시킬 방안 등에 대해 이성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MZ세대 ‘신우파’의 경우 남과 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놓고, 냉철하게 손익계산을 하자는 방향으로 정책 지향점이 옮겨갈 수 있다”면서 “향후 어느 정권이라도 남북문제를 정치 이슈화하기 전에 미래 한반도를 책임질 청년세대의 인식을 고려해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우리의 평화는 매우 깨지기 쉬운 평화다.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통일 정책, 정권과 정치에 따라 매번 출렁일 것인가? 단절과 후퇴가 있더라도 미래 세대를 중심으로 정보와 인적인 교류를 지속해 작은 성공의 사례를 하나씩 만들어야 한다. MZ세대에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가?’라고 의문을 던지게 만든 것이 기성 정치권이라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도 기성세대의 몫이다.

이병철 논설위원 이병철 논설위원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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