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늦은 장마 시작, 물난리 늑장대응 용납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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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본격 시작되는 늦은 장마에 대비해 당국의 철저한 재해 관리 대책이 요구된다. 사진은 지난해 3명의 사망자가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 작업을 벌이는 모습. 부산일보 DB 오늘부터 본격 시작되는 늦은 장마에 대비해 당국의 철저한 재해 관리 대책이 요구된다. 사진은 지난해 3명의 사망자가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 작업을 벌이는 모습. 부산일보 DB

지난 주말 동안 계속된 비와 강풍으로 부산에서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 빗길을 달리던 관광버스가 전도되고 25인승 통근버스가 넘어지는 사고로 여러 명의 사상자를 냈다. 강풍을 동반한 비는 시내 곳곳의 공사장 가림막과 유리창을 강타해 파손시키기도 했다. 비록 안전시설물 관련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부산 시민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늦은 장마 때문이다. 기상청은 5일부터 부울경 지역에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해 10일께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산은 해마다 반복되는 장마철 피해로 악몽을 겪어 온 만큼 만반의 대비책이 필요하다.


기상 이변 영향 강한 집중호우 예고

산사태·침수 등 사고 대비에 만전을


이번 7월 장마는 39년 만이라고 한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일반적으로 6월 19~25일께 시작되던 것과는 달리 평년보다 2주가량 늦어졌다. 지난해 장마는 역대 장마 중 가장 길고 두 번째로 많은 비를 쏟아부었는데 올해도 늦은 장마가 얼마나 오래 머물면서 피해를 가져올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의 찬 공기의 성질 차이가 어느 때보다 커서 강력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지난 3일 기록적인 대폭우에 산사태까지 발생해 벌써부터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가 남의 일 같지 않다.

당장 지난해만 봐도 부산 지역에서는 장마 기간 5명이 사망하고 건물 960동이 침수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량 제1지하차도나 강물이 범람해 차량이 침수되고 이재민이 발생한 동천의 기억은 아직도 섬뜩하다. 2019년 주민 4명이 숨진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 참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재해 복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곳이 많다. 지난해 부산에서 태풍이나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630곳 가운데 430곳만 복구가 마무리됐다. 최근에는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외벽이 붕괴하거나 구조물이 무너져 외부를 덮치는 사고가 잇따른다. 장마철을 맞아 건물 붕괴 사고까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장마철 재해 예방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국적으로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올해 장마는 강풍을 동반한 집중호우를 뿌릴 것으로 예상돼 산사태로 인한 시설물 유실이나 하천 범람에 따른 가옥 침수, 강풍이 일으키는 각종 붕괴·낙하 사고 등에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급경사 지역과 침수 우려가 큰 곳 등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기상예보를 청취하는 등 안전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행정 당국이 구체적인 현장 대책을 세워 재난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재해 예방 부실과 늑장 대응으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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