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패 따라 판도 급변… 한 치 앞 알 수 없는 ‘지선’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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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과 PK 지방선거 상관관계

부산시의회 전경 부산시의회 전경

20대 대통령선거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내년 부산·울산·경남(PK)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차기 대선 결과가 내년 부울경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해 선거전략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PK 출마 예정자들은 내년 지방선거가 불과 8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역구 관리 등 득표활동에 나서기보다 대선 진행 상황에 관심을 더 집중하고 있다.


내년 새 정부 출범 22일 만에 지방선거

개인기 무관, 여당이 유리한 고지 선점

2017년 지선서 민주당 압승 대표적

PK 유력주자 없어 “영향 적다” 전망도

예측불허 판세에 지선 후보들 속앓이


외형상으론 내년 대선과 부울경 지방선거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내년 지방선거(6월 1일)는 차기 대선(3월 9일)이 실시된 뒤 3개 월 뒤, 새 정부가 출범(5월 10일)한 지 22일 만에 실시된다. 정권을 잡은 정당에 소속된 지방선거 후보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이다. 새 정부가 각종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정부와 청와대에 속속 진입하면서 언론의 관심은 온통 집권세력에게 집중되고 야당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그 이듬해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부울경에서 압승한 것이 대표적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민주당이 부산시장은 물론 부산 기초단체장을 한 석이라도 차지한 것은 2018년 지방선거가 처음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대선 결과만 보면 PK 지방선거를 예측할 수 있다”며 “개인기와 상관없이 ‘여당’이 일방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반대의 시각도 많다. 우선 PK 출신 유력 주자가 없어 부울경 지방선거에 그다지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재명(범진보) 경기도지사와 윤석열(범보수) 전 검찰총장을 포함해 상위권 대선 후보 중에는 PK 출신이 없다. 현재 김두관·김태호·장기표·최재형·하태경·홍준표(가나다순) 후보 등 모두 6명의 PK 출신들이 대권 도전에 나섰지만 아직 중위권이나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부산 출신 한 전문가는 “비(非) PK 출신이 대권을 잡는다고 해서 부울경 지방선거에 영향이 있겠느냐”라며 “오히려 대권주자보다 부울경 광역단체장의 영향력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에서 기초의원까지 같은 정당 후보를 찍는 ‘줄투표’ 경향이 강해 대통령보다 부울경 시·도지사의 파워가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 뒤 실시된 2회 지방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는 부울경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크게 패했다.

게다가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PK 출신들이 배제되거나 부울경 사업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면 오히려 집권당이 손해를 볼 수 있다.

부울경 지자체장들의 생각도 엇갈린다. 부산의 A 구청장은 “대선이 모든 걸 결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주장한 반면 B 구청장은 “본인 경쟁력만 있으면 대선 결과에 크게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C 구청장은 “대선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기다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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