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해상 물동량 폭증’ 계속될까
추수감사절·블랙프라이데이 등
물류 수요 몰려 더 확대 기대 속
지출 견인한 내구재 소비 ‘한계’
수요 줄어 물동량 감소 전망도
전 세계 해상 운송 물동량 폭증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덴마크 해운 컨설팅업체인 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물동량 증가분의 미주 지역 기여도가 3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해상 운송량에서 미주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이지만, 팬데믹 이후 물동량 증가에 미국이 기여한 비율은 최대 절반 가까이나 되는 셈이다.
특히 올 1분기만 보면 미주 지역 기여도는 약 60~80%로 추정돼 글로벌 물동량 증가 현상은 미국의 소비 지출 증가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풀린 돈이 자동차, 가전제품, 가구 등 내구재(수명이 긴 제품) 소비에 집중되면서 수입이 폭증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지난해 8월 이후 미국 수입 물량은 사상 최초로 200만TEU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도 현재의 글로벌 경제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내구재 소비’를 꼽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의 서비스화가 진행되면서 내구재 소비가 계속 부진했는데, 지난해 팬데믹 과정에서 미국의 개인 소비 중 내구재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내구재뿐 아니라 의류, 신발과 같은 비내구재 소비도 연 9%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가전·가구와 같은 내구재와 함께 비내구재 소비 증가도 컨테이너 수입 물량 폭증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백신 접종 확대로 코로나 충격이 완화될 경우 전자제품 등 내구재 위주였던 소비가 관광 등 서비스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올 1분기 가계 소득이 팬데믹 이전보다 15% 증가했고, 전체 소비의 60%를 차지하는 서비스 소비가 감소하면서 저축이 크게 쌓였다. 이 돈이 향후 외식, 관광 등 서비스 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이응혁 부산항만공사 마케팅부 부장은 “내구재의 경우 교체 주기가 길기 때문에 한 번 바꾼 가구나 자동차를 재구매할 때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수요가 증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서비스 소비 지출이 늘어나면 해상 물동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코로나로 해외 직구와 같은 이커머스의 확대가 가속되면서 물동량 증가세가 향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 시장이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본격적으로 살아나면 물류 수요가 더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통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 물동량이 더 많은 물류 특성상 해상 물동량과 해상 운임 증가세가 올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반기에는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이 있어 유통 업체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