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억울하시겠네요^^"…서울대 청소노동자가 받은 문자메시지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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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관리자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관리자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최근 사망한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가 강도 높게 일했던 정황이 담긴 CCTV 영상이 언론에 공개됐다.

사망한 노동자는 5층 건물을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올해에만 1톤 가량의 쓰레기를 혼자 치워야 했으나, 업무 강도에 대해 호소하자 돌아온 것은 조롱성 문자메시지였다.

앞서 지난달 26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이 모(59) 씨는 대학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파열이었다.

이와 관련, 14일 JTBC는 고인이 사망한 당일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이 씨가 기숙사 복도 곳곳에서 많은 양의 쓰레기를 모아 1층까지 옮기는 장면이 담겼다.

고인의 동료와 남편 A 씨 등은 대학 식당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탓에 기숙사에서 밥을 주문해 먹는 학생이 늘었고, 이로 인해 쓰레기 양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대 쓰레기 수거업체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 씨가 근무했던 기숙사 동에서 나온 쓰레기는 2년 전에는 600리터 가량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000리터에 달했다. 이어 올해에는 7월에 이미 1000리터를 넘어섰다. 이를 무게로 따지면 1톤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규모 건물에서 많은 양의 쓰레기를 혼자 수거해 옮겨야 했다.

그는 업무 강도에 대해 관리자에게 호소하기도 했으나, 조롱 섞인 대답만 돌아왔다. 남편 A 씨가 공개한 문자메시지 대화 내역을 보면 관리자는 "늘 억울하시겠네요^^" "선생님만 고생하시네요^^" 등 이 씨의 호소를 '엄살' 취급했다.

이 씨는 컵라면 하나로 허기를 달래고 휴게실에 지친 몸을 눕힌 뒤 이내 숨졌다.


CCTV에 담긴 청소노동자 이 씨의 사망 당일 모습.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CCTV에 담긴 청소노동자 이 씨의 사망 당일 모습.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한편 고용노동부는 전날 이 사건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안경덕 노동부 장관은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관련 질의에 "고용부가 조사하고 있다"며 "통상적인 업무를 벗어난 부분이 있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다음 날부터 서울대와 노조 측과 면담했다"며 "저희가 조사를 통해 개선조치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오세정 총장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고인은 2019년 입사 후 2년 동안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학생들을 위해 애쓰셨던 분"이라며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공정한 인권센터 조사와 유가족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 총장은 "고인의 산업재해 신청과 관련해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라며 "인권센터 조사 결과에 따라 미비한 부분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소업무 시설관리직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근무환경과 인사관리 방식을 다시 점검해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업무 매뉴얼을 통해 업무표준을 정립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 겸 행정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등 거친 표현과 함께 갑질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가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는 "노조가 개입하면서 일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억지로라도 산재 인정을 받아내기 위해 학교의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고, 바로 그 지점에서 '중간 관리자의 갑질' 프레임에 좌표가 찍혔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과 정치권이 관리자를 '마녀사냥'하고 있다면서 자괴감과 모욕감을 느낀다고 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글이 논란을 부추기면서 구 교수는 결국 학생처장직에서 물러났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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