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일수록 건축 통해 이용자 자존감 지켜야
자존감건축/오신욱
우리의 삶과 사회는 자존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삶의 성취와 행복에 대한 사회의 기준이 물질적인 것으로 점차 굳어져 감에 따라 우리의 자존감은 떨어지고, 과도한 수도권 바라기식 태도는 지방의 자존감마저 사라지게 한다.
그렇다면 ‘건축에서 자존감을 지키고 높일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특히 재력이 부족한 집주인(건축주), 보잘것없는 땅, 작은 건축물…. 이런 사정이라면 말이다.
공간 한계·지역 결핍 극복하는 것도 중요
‘모닝듀’ ‘비꼴로’ ‘모여가’ 등 대표 작품
원도심 건축·다세대주택 ‘대안’ 제시
건축의 중심인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라움건축사사무소 오신욱 대표는 오래전부터 이에 대해 고민해 왔고, 그 실천을 위해 노력해 온 건축가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부산의 정서와 지형, 그리고 부산의 언어를 건축 언어로 지속해서 풀어내 왔다.
최근 그가 펴낸 <자존감건축>은 건축이라는 행위와 과정을 통해 회복된 자존감, 그리고 극복된 결핍과 한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인 오 건축가는 건축에서 자존감을 지키는 자신의 노력과 실천을 본인의 작품을 통해 하나씩 펼쳐 보인다. 나아가 그 속에서 발견한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강렬하게 던진다.
오 건축가가 ‘자존감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0여 년 전 아주 작은 규모의 건축을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했다. 그게 월내 반쪽집(부산 기장군 장안읍)이다. 오 건축가는 이미 살던 집이 도로 확장으로 잘리고 땅도 작아졌으니 이곳에 집을 지어달라는 건축주의 요구, 너무나도 원초적인 그 요구에 건축가로서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가면서 그에 대한 답을 찾고 이를 공간과 조형으로 구현해 집을 완성했다. 특히 이용자가 공간의 한계를 느끼지 않게 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이 집을 통해 도시개발, 제도, 공권력에서 어떻게 버티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게 반쪽집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라 믿었다. 오 건축가는 “이 경험을 하면서 작은 집일수록 건축을 통해 이용자의 자존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더불어 건축가로서의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돼 오신욱이라는 건축가의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회고했다.
그의 또 다른 작품 ‘모닝듀’와 ‘비꼴로’(이상 부산 동구 초량동)는 ‘역사와 경사 지형을 장점으로 만드는 건축’을 통해 원도심의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은 경우다. 이 건축은 주변의 많은 이들로부터 관심을 받으면서 지역의 결핍을 채워주는 자존감이 될 수 있었다.
기존 다세대주택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도시 주거의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건축계로부터 호평받았던 ‘모여가’(부산 남구 대연동)에 대해서는 우리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건축이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경우라고 말한다. 오 건축가는 “모여가는 건축이나 주거를 통해 자존감이 어떤 방식으로 채워질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었고, 집이 단순한 자산 가치를 넘어 우리 삶의 가치와 내면에 선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했다”고 밝혔다.
오 건축가는 자존감을 잃은 지방 건축의 자존감 회복에 관해서도 얘기한다. 건축에서 지방성은 중앙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특성이나 흐름, 그리고 건축의 형태나 공간, 배치 등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적인 특성이 힘을 발휘하고 중앙과 차별화되는 건축과 도시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때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속성이 바로 지방의 자존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역 단위의 고유한 건축으로 공간문화를 키워가는 일, 기반 시설의 확충과 정비로 타자의 관심을 끌어내는 일 등이 자존감 있는 지방의 건축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 건축가가 생각하는 자존감을 찾아가는 건축은 뭘까? 그는 “집을 짓기 전부터 지역이나 땅, 그리고 집주인이 가지고 있는 사정을 헤아리고, 행여 결핍이 있더라도 살피고 위로하면서 과정을 진행할 때 성립된다”고 말한다.
오 건축가는 나름의 사연을 가진 이용자들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건축적인 장치를 덧대는 방법도 제시한다. 이를테면 작은 집일수록 입구를 크게 보이도록 하고, 원룸의 작은 화장실은 조금 더 크게 만들어 이용할 때 좁은 집임을 덜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오 건축가는 “나는 건축으로 원도심의 잃어버린 자존감,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산층의 자존감, 부산이라는 지역의 자존감, 못생긴 땅의 자존감, 그리고 지역 건축가의 자존감을 높여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건축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을 먼저 생각할 때 ‘자존감건축’이 가능하다”라고 외친다.
자존감을 세운 그의 다양한 작업을 통해 우리는 이런 발견을 한다. 흔히 지역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려다 자칫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신욱에게 결핍은 한계가 아니라 그를 키워주는 자양분이란 것을.
건축가 오신욱은 말한다. “건축에서 자존감을 지킨다는 것은 건축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또 작은 건축일수록 자존감을 더 채워줘야 하며 그에 따라 나타나는 성과도 크다. 자존감이 보장되는 건축은 우리의 삶을 위로한다”고. 오신욱 지음/드림빅/206쪽/2만 1000원.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