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하게 대처, 지적 면하기 어렵다” 군 통수권자 문 대통령 ‘화법’ 논란
“책임있는 발언 아니다” 비판
야권 “대통령 직접 사과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해부대 장병들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군 당국을 질책했다. 이를 놓고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유체이탈’ 화법으로 논란에서 비껴가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속하게 군 수송기를 보내 전원 귀국조치를 하는 등 우리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다”며 “이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치료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적이 나온 직후 서욱 국방부 장관은 “장병들을 보다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문무대왕함 장병 중에서 지난 15일 6명의 장병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닷새 만이다. 서 장관의 사과가 나오자 이번 사태가 군 수뇌부의 문책으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해외 파병부대 작전 지휘는 합참의장이 책임을 맡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국방부 장관이 컨트롤하고 있다.
특히 창군 이후 파병 역사상 집단감염으로 부대가 조기 철수한 사례가 없고, 이에 따른 국민들의 군에 대한 비판 정서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야권은 물론 SNS 등에서는 국군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는 책임자”라며 “대통령의 직접적 대국민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많은 곳에서 청와대 책임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스템 전체의 책임이라며 두루뭉술 넘어간다”고 말했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도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부실 대응이 낳은 대참사”라며 “확진 장병들에 대한 확실한 후속조치와 재발방지책 마련은 당연하거니와,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군을 지휘 통솔하는 국방부 장관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SNS와 관련 기사의 댓글 등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 하나”, “본인은 잘못이 없다며 은근슬쩍 군에 책임을 미룬다”는 등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